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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그릴ㅣ찰리북


최고의 사냥꾼이 총을 버리고 동물 소설을 쓰게 되고,

그로 인해 미국 전역에 야생 동물 보호 단체를 생겨나는 감동적인 실화!

‘커럼포의 왕’ 늑대 로보 이야기

한 소년이 있었다. 영국에서 태어난 소년은 어린 시절 가족을 따라 캐나다로 갔다. 집 근처 숲 속에 들어가 놀면서 오랜 시간 동물을 관찰하고 그림으로 그렸는데, 갈수록 사냥에 관심을 가졌다. 정교한 관찰화를 그리는 데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라면서 소년은 동물 사냥에 무감각해졌고, 이름난 늑대 사냥꾼이 되었다. 그의 이름은 어니스트 톰프슨 시턴. 명작 『시턴 동물기』의 저자다. 야생 동물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 고전으로 생태계 보호에 큰 영향을 미친 어니스트 시턴이 현상금을 얻기 위해 늑대를 숱하게 사냥했던 최고의 늑대 사냥꾼이었다니, 언뜻 들어서는 믿기 어렵다. 시턴의 삶을 변화시킨 것은 바로 한 마리 늑대, ‘로보’였다.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 최연소 수상에 빛나는 주목받는 젊은 작가가 이 감동적인 실화를 그림책으로 담아냈다. 


인간이 잔인한 방법으로 야생 동물들을 몰살하던 시대


『커럼포의 왕 로보』는 어니스트 시턴이 쓴 『시턴 동물기(원제: Wild Animals I Have Known)』에 수록된 단편 소설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 시턴이 활동하던 시기인 1800년대~1900년대 초, 미국 옛 서부의 자연은 죽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살 곳을 일구며 그 이전에 그곳의 주인이었던 야생 동물들을, 독약과 덫을 이용해 마구잡이로 사냥했다. 특히 한때 북아메리카 대륙에 50만 마리 가까이 있었던 늑대들이 빠르게 모습을 감추어 갔다. 그런 상황 속에서 ‘로보’라는 회색늑대만은 계속해서 악명을 떨쳤다. 로보는 미국 서부 뉴멕시코 주의 커럼포 평야에서 부하 늑대들과 함께 ‘무자비하게’ 짐승들을 공격해 그 지역의 목장과 농장의 주인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급기야 로보의 목에, 당시로서는 엄청난 금액이었던 1000달러의 현상금이 붙었다. 유명한 사냥꾼들이 로보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그때 뉴욕에 있던 이름난 늑대 사냥꾼 시턴이 목장을 경영하던 피츠랜돌프의 부름을 받고 커럼포로 찾아온다. 로보를 잡기 위해서. 


늑대의 본성을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바꾼 어니스트 시턴


“목장 주인들의 말에 따르면, 놈들은 자연사한 가축은 거들떠보지 않았고, 목동이 죽인 가축은 더더욱 외면했다. 사람의 손길이 닿은 것은 곧 속임수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이다.” 

_ 본문 30~32쪽

로보는 ‘루가루(늑대 인간)’이라고 불린 것에서 알 수 있듯 뛰어난 지능으로 자신을 잡으려는 인간 사냥꾼들을 따돌렸다. 시턴도 마찬가지였다. 갈고닦아 온 기술을 모두 동원해 교묘한 독약을 만들고, 인간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공들여 덫을 설치해 보았지만, 로보는 번번이 덫의 위치를 알아챘고 미끼 위에 똥오줌까지 갈겨 놓았다. 늑대들이 먹이가 없어 소 떼를 공격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이 설치한 독약에 중독되어 다른 동물들이 처참하게 죽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시턴은 로보 사냥을 포기하지 않았다. 최고의 덫 사냥꾼으로서의 명성을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턴은 로보의 약점, 로보의 짝 ‘블랑카’를 유인해 잡은 다음, 짝을 잃어 빈틈이 생긴 로보를 마침내 사로잡는다.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지만, 늑대의 본성을 이해하게 된 시턴은 도리어 부끄러움을 느꼈다.” _ 본문 66쪽

시턴은 로보와의 쫓고 쫓기는 싸움을 「커럼포의 왕, 로보」라는 단편 소설로 썼는데, 자신을 악당으로, 로보를 영웅으로 그렸다. 이 소설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동물 이야기를 동물을 주인공으로 써 나갔고, 늑대와 미국의 야생을 보호하는 데 남은 생애를 바쳤다. 


미국 서부의 드넓은 평야, 탁 트인 하늘과 붉은 대지…

색연필 하나로 자연과 야생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다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삽화! […] 윌리엄 그릴은 색연필과 원경(遠景)을 적극 활용했다. 즉, 자연 세계의 아름답고 광대한 배경 속에서 인간과 동물을 차마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게 그린 것이다.” _「월스트리트저널」

윌리엄 그릴은 전작 <20세기 최고의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에서와 마찬가지로, 결이 뚜렷한 종이 위에 색연필로 늑대를 아름답게 그려냈다. […] 작가의 글과 그림에서 늑대는 한결같이 감동적인 모습이다. […] 그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_『윙크』

시턴은 로보를 만난 후 두 번 다시 늑대를 죽이지 않았다. 그만큼 큰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윌리엄 그릴의 글과 그림을 천천히 들여다 보면, 시턴의 도전과 로보의 세계가 마음 깊이 전해진다. 자연과 야생이 있는 그대로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시턴이 로보와의 만남을 통해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 저절로 이해된다. 그것도 편안한 거실에서. 도시에 살기에 자연을 낯설고 위험한 것으로 느끼는 모두가 꼭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