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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시를 쓰거라, 나는 사진을 찍을 터이니!

지난 몇 년간 여러 학교로 시 이야기를 들려주러 다녔습니다. 어른이 쓴 '동시'와 아이들이 쓴 '어린이 시'를 읽으며 함께 놀았습니다. 시를 읽다보니 아이들도 쓰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가장 방자한 자세로 자유롭게 뒹굴면서, 엎드려서 혹은 비딱하게 앉아서 또는 혼자 저만치 떨어져서 자기만의 시를 썼습니다. 시인이 되어 보았습니다.

그 모습들이 어찌나 흐뭇한지 보면 절로 웃음이 났습니다. 시를 쓰느라 생각에 잠긴 모습은 여느 작가 못지않습니다. 선생님들은 행사용 사진을 남겨야 하기도 했지만, 그 모습을 아니 담을 수가 없어서 찍었습니다. 그 풍경을 초희는 '시인과의 만남 시간에 시 쓰기'라는 시로 썼습니다. 

이 책은 전국의 어린이 62명이 아동문학가 김미희 선생님과 함께 시를 읽고, 공부하면서 어린이 시인이 되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려 엮은 책입니다. 시인은 거창한 통과의례를 거쳐야만 되는 것이 아니죠. 누구나 자신의 마음을 꾸밈없이 적을 수 있다면 곧 시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 실린 시인들이 그러합니다. 선생님과 함께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긴 아이들이 그 자리에서 자유롭게 써서 엮은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어린이가 아니면 어떤 시인도 포착해내지 못 할 이야기를 시에 자유롭게 담았습니다. 형식과 내용에 얽매이지 않았고, 숙제도 아니고 공부도 아닌 자유 시간에 그것도 시심이 퐁퐁 솟아오를 때 옮겨 쓴 시들이라 더 밝고 진지합니다.

이 아이들이 쓴 시를 보고 동화작가 소중애 선생님은 세 번 놀랐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보고 생각하고 그것들이 말하는 것에 한 번, 아이들이 무엇인가 보고 아파하고 불쌍하게 생각하는 것에서 또 한 번, 아이들이 시를 쓴 것을 보고 생각하고 그것들이 말하는 것에 한 번, 아이들이 무엇인가 보고 아파하고 불쌍하게 생각하는 것에서 또 한 번, 아이들이 시를 쓴 것을 보고 세 번째 놀랐다고 합니다. 그만큼 요즘 아이들은 시간에 쫓겨 시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생각을 뒤엎은 것이 이 어린이시집입니다. 


나는 우현이를 감시한다
나랑 같은 학원에 다니는 우현이

우현이 엄마가
나보고 그런다
우리 우현이 수업 잘하나
학원 다녀와서
얘기해줘야 한다

나는 우현이 엄마가
보낸 CCTV다
- 
전문

어른이 읽으면 절로 웃음이 납니다. 어른들은 누구나 시에 등장하는 우현이 엄마처럼 자식에 대해 욕심을 부리지만, 그것이 절대 나쁜 일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자신이 CCTV처럼 친구를 감시하는 역할에 대해 못마땅해 합니다. 이것이 아이들과 어른들의 시각 차이고, 아이들은 이렇게 어른들의 행동을 슬며시 꼬집습니다. 학원에까지 감시자를 붙여 아이들을 꽁꽁 얽어매는 것을 어른들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아이들은 그 일상에 길들여져 가고 있습니다. 이 시집에는 아이들의 맑은 마음에 비친 정경들로 세상을 밝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