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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2.24 먹기보다 놀기에 더 좋은 떡, 가래떡! 『가래떡』 - 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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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래떡은 참 이상해!

낑낑! 사람들이 무거운 쌀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갑니다. 한 사람은 절구공이를 들고 말이지요. 무얼 하려는 걸까요? 그래요. 바로 떡을 만들려고 가는 길이에요. 가래떡은 쌀로 만들어요. 쌀을 곱게 빻으면 쌀가루가 되고, 그 쌀가루를 시루에 넣고 알맞게 익히면 쌀떡이 되지요. 그런 다음, 이 쌀떡을 가래떡 뽑는 기계 안에 넣고 돌리면 기다란 가래떡이 되어 나옵니다. 

그럼 이 가래떡으로는 무얼 할 수 있을까요? 아, 질문이 좀 이상한가요? 지금 이 질문이 이상해 보이는 사람은 바로 이 그림책인 <가래떡>을 펼쳐 보세요. 궁금증이 확 풀립니다. 

아마도 가래떡은 이 세상에서 가장 이상하게 생긴 떡일 것 같습니다. 시루떡, 콩떡, 호박떡, 무지개떡... 이런 떡들 좀 살펴보세요. 다들 떡스럽게 생겨서 바닥에 얌전히 엎드려 있잖아요. 겉에는 콩도 팥도 붙었고, 여러 가지 맛있는 가루들이 꽃처럼 탐스럽게 피었지요. 송편은 좀 다르다고요? 맞아요. 송편은 조금 다르지요. 그래도 가래떡만큼 이상하진 않아요. 송편 안에는 콩가루며 팥이며 여러 가지 맛난 것들이 들었거든요. 


먹기보다 놀기에 더 좋은 떡, 가래떡! 

그런데 가래떡 좀 보세요. 기계에서 나오는 떡을 누가 잘라 주지 않으면 끝도 없이 길어집니다. 게다가 재료라고는 쌀뿐이지요. 맛은 또 어떤 줄 아시나요? 한입 베어 물면 떡 안에서는 꿀 한 방울도 안 나옵니다. 콩가루 한 점 안 떨어지지요. 이런 떡을 무슨 맛으로 먹겠어요. 

하지만 참 신기하게도 이런 쓸모없는 떡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고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을 듬뿍 받아요. 정말 왜 그럴까요? 

사이다 작가의 그림책 <가래떡>을 보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답니다. 가래떡은 먹기보다 놀기에 더 좋은 떡이거든요. 기다랗고 기다란 떡을 쭉쭉 늘리고 당기고 구부리며 신나게 놀아 보세요. 탁탁탁 썰어서 가래떡 바다를 만들어 놓고 놀아도 보고요. 요즘은 가게에서 잘라놓은 가래떡을 파는 바람에 집에서 가래떡 써는 일이 드물지만 옛날에는 흔한 일이었답니다. 그럴 때면 온 집안이 가래떡 놀이터로 변신했지요. 


놀고 먹으면 더 맛있는 떡, 가래떡! 

가래떡은 놀기에도 딱 좋지만, 먹기에는 더더욱 좋은 떡입니다. 맛도 없는 떡이라면서 이건 또 무슨 말이냐고요? 가래떡은 벌거벗은 떡이기도 해요. 정말 아무런 옷도 안 입은 떡이지요. 콩가루도 안 붙었고, 꿀도 안 들었으니까요. 그럼 당연히 별 맛이 안 나겠지요? 하지만 이때부터 가래떡의 요술은 빛을 발합니다. 먼저 지칠 때까지 가래떡과 함께 놀아요. 그다음에 가래떡을 먹어요. 가래떡 먹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길게 잘라놓은 떡을 한 입씩 베어먹기도 하고, 탁탁탁탁 썰어서 떡국으로 먹어요. 떡볶이를 만들어 먹기도 하죠.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바로 살짝 구워서 꿀에 찍어 먹는 거예요. 

사이다 작가는 가래떡의 매력을 매우 경쾌하게 그림에 담았어요. 가래떡처럼 길게 늘어진 사람들만 보아도 신이 나지요. 이제 우리도 오늘 당장 가래떡을 뽑으며 한바탕 놀아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