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왜가난한사람들은부자를위해투표하는가'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6.12.11 [스토리 카드북]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토리 카드북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왜 가난한 사람이 부자 증세를 반대하고 기업인들의 이익을 늘리는 정책에 몰두하는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걸까? 

“애국심에 불타는 건장한 공장노동자들이 국가에 대한 충성의 맹세를 암송하면서 스스로 자기 목을 조른다. 가난한 소농들은 자신들을 땅에서 내쫓는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표를 던진다. 가정에 헌신적인 가장은 자기 아이들이 대학교육이나 적절한 의료혜택을 결코 받을 수 없는 일에 조심스레 동조한다. 중서부 도시의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생활방식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자기가 사는 지역을 ‘몰락한 공업도시’로 만들며 그들과 같은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날릴 정책들을 남발하는 후보자에게 압승을 안겨주며 갈채를 보낸다. 그곳이 바로 캔자스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미국에서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 사회적 약자와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한 정당은 민주당이다. 그러나 캔자스를 비롯한 낙후된 지역이 자신의 이익과 상관없는 부자들의 정당 공화당을 지지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가?『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하여 우파의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어온 정치조작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캔자스 주를 중심으로 정치가와 풀뿌리 운동가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면서 그 이유를 하나하나 밝혀 나간다. 토마스 프랭크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여러 풍경들을 면밀하게 파헤친다. 그리고 민중의 착란현상을 조장하는 보수 우파의 교묘하고 은밀한 집권 전략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이 책은 2004년 미 대선을 앞두고 발간되었는데, 당시 토마스 프랭크가 걱정스럽게 짐작했던 부시의 승리도 적중했다. 이 책은 발간된 후 장기간 《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였으며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획기적으로 선거를 대비하기 위해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2012년 4월 11일 국회의원 총선거의 결과와 관련해서도 많은 점을 시사한다. 이번 총선거는 2008년 행정부와 의회를 모두 장악한 현 집권 여당인 보수의 경제 정책 실패와 각종 비리 때문에 야당의 승리를 점쳤다. 게다가 야당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재야 시민운동 세력과 통합도 하고 일부 진보정당과 연대하여 후보 단일화도 이루어냈다. 그러나 결과는 야당의 참패였고 올 12월 대선에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2012년 한국의 총선 지도는 2000년 미국의 대선지도처럼 붉게 변해버렸다. 토마스 프랭크가 분석한 미국적 상황과 온전한 비교가 가능할 수 없을 테지만 보수의 교묘하고 집요한 정치 조작술이라는 측면에서 여러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핵심적 현안은 뒤로 물러나고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지엽적 문제가 전면으로 부상하여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한다거나, 삽시간에 당명까지 바꾸어 탈바꿈하는 보수의 놀라운 힘에서 동일한 메커니즘이 작용한다. 또 미국의 낙후된 지역에서 보수정당인 공화당에 더 많은 표를 던지듯 한국사회의 저소득층이 보수정당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점을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저자의 탁월한 분석력 때문에 이 책은 출간된 후 지난 8년간 미국과 유럽에서 큰 선거가 있을 때마다 올바른 선거를 치르는 데 정치인과 언론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유권자는 어떻게 정당과 정치인을 평가해야 하는지 각성하는 데 참고서 역할을 해왔다. 토마스 프랭크는 정치란 결국 민심의 마음을 어떻게 얻는가가 관건이라는 점을 냉정하게 보여준 것이다. 아울러 이 책은 보수정당의 뛰어난 정치 조작술과 자기 계급적 이해와 상관없는 투표행위와 관련해서 우리의 정치적 현상을 분석하는 데 유용한 틀을 제시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