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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규 ㅣ 박진주 ㅣ 생각하는 아이지


지금 전 세계 환경 문제의 화두, 플라스틱!


■ 플라스틱이 이 세상에 없었다면?


비가 내리는 어느 날, 갑자기 우산이 사라진다면? 비는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비옷을 사려고 했는데 비옷도 사라졌다. 할 수 없이 비를 맞는다. 집에 도착하여 젖은 옷을 빨려고 하지만 세탁기가 없다. 젖은 머리를 말리려고 헤어드라이어를 찾지만, 이것도 사라졌다. 오늘 하루 일진이 사납다며 누군가에게 푸념하고 싶지만, 어찌된 일인지 전화기도 찾을 수가 없다. 


어느 날 갑자기 플라스틱이 사라진다면 생길 법한 일들이다. 이 세상에 플라스틱 제품이 나타난 지 100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지만, 플라스틱은 우리 생활 곳곳에 쓰인다. 지금 당장 주변에서 플라스틱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물건을 찾아보라.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플라스틱이 없을 것처럼 보이는 책도 코팅하거나 풀칠하는 데 플라스틱이 쓰인다. 전기 제품의 부속 대부분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다. 때문에 플라스틱이 사라진다면 우리의 일상생활은 마비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 중에 하나인 칫솔이 나섰다. 플라스틱이 없었던 시기에는 거친 나뭇가지나 동물 꼬리 등으로 이를 닦아야 했다며, 플라스틱의 쓸모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최근 환경 파괴범으로 몰리고 있는 플라스틱이 과거에는 자연 수호자로서 코끼리의 멸종을 막기도 했다. 영화가 처음 나타나게 된 것도 플라스틱 필름이 있어서 가능했다. 일회용 기저귀는 육아에 쏟는 시간을 덜어 주었고, 일회용 주사기는 세균 감염을 막기도 했다. 아픈 사람들을 위한 인공 심장, 인공 관절, 치아 임플란트까지 플라스틱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플라스틱의 활약은 편리함에 그치지 않았다. 상아로 만든 비싼 머리빗을 누구나 쓸 수 있는 플라스틱 머리빗으로 바꾸며 부자와 가난한 사람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물건으로 만들었다. 사치품이 일상용품으로 바뀐 것이다. 플라스틱이 없었다면, 계층 간 갈등은 더 심해지지 않았을까?


■ 돌고 돌아서 돌아오는 플라스틱!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생선 구이를 먹는다. 소금 간을 한 나물 반찬과 국도 함께 먹는다. 내가 먹는 음식에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플라스틱이 있다는 걸 모른 채.


플라스틱으로 인해 많은 생물들이 생명을 잃고 있다. 바다 새들은 먹이와 구분이 안 되는 작은 플라스틱을 먹고는 배가 부르다고 착각해 굶어 죽거나 소화관이 막혀 죽는다. 바다를 떠돌던 플라스틱 빨대나 포크가 바다거북의 콧속으로 들어가서 바다거북을 고통스럽게 하기도 한다. 1년에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에 죽는 바다 새가 100만 마리, 바다거북이 10만 마리나 된다. 

이 책의 또 하나의 주인공인 바다 새 앨버트로스는 동물 친구들이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에 죽어 가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앨버트로스는 말한다. 이건 동물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사람들이 버린 플라스틱은 바다에서 잘게 쪼개지고 물고기들은 작은 플라스틱을 먹는다. 큰 물고기일수록 플라스틱은 더 많이 축적되고, 물고기를 먹는 사람들의 몸속에도 플라스틱이 쌓여 간다. 게다가 바다에서 얻은 소금 안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 있다. 

난 플라스틱 쓰레기의 분리수거를 잘해서 문제없다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치약, 세안제, 화장품 등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 있다. 치약이나 세안제 등에 들어 있는 미세 플라스틱은 하수 처리장에서 걸러지지 않고 강을 거쳐 바다로 바로 흘러간다. 플라스틱이 돌고 돌아서 결국 사람에게로 돌아오는 것이다. 


■ 플라스틱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


《어쩌지? 플라스틱은 돌고 돌아서 돌아온대!》는 플라스틱을 덮어놓고 편들지도 않고, 아예 못된 녀석 취급하지도 않는다. 당장 플라스틱 사용을 멈출 수 없다면, 우리가 너무나도 모르고 있었던 플라스틱을 잘 알아 가면서 쓰자고 말한다. 

버려진 페트병으로 집을 짓는 사람, 감자나 옥수수로 썩는 플라스틱을 개발하는 사람, 플라스틱을 쓰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 거대한 바다 쓰레기를 치우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 플라스틱을 발명해서 우리에게 편리함을 준 것도 사람이라면, 결국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사람 손에 달린 게 아닐까 하고 질문한다. 

칫솔과 앨버트로스의 이야기는 사람에게서 희망을 엿보며 끝이 나고, 이후의 이야기는 사람의 손에 맡긴다. 그리고 플라스틱과 사이좋게 지내는 이야기를 써 내려가길 기대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이 큰 물결이 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