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미션 - 우주를 둘러싼 비밀스런 임무

꿈도 소식 2017. 3. 5. 23:56 Posted by 꿈꾸는 도서관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의 홈페이지(http://www.jpl.nasa.gov)에 들어가본 적이 있으신지요? 웬만큼 우주에 관심이 있지 않는 한은 일부러 들어가볼 생각은 안 들 겁니다. 무엇보다 영어로 되어 있으니까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과학을 쭉 좋아해온 ‘과학덕후’지만, 굳이 나사 홈페이지에 찾아가본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네요. 하지만 《스페이스 미션-우리의 과거와 미래를 찾아 떠난 무인우주탐사선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플루토, 2016년 7월 22일 출간) 작업을 하면서는 아예 열어놓고 일할 수밖에 없었죠.




이 책은 나사와 유럽우주기구가 우주로 보낸 무인우주탐사선들 중 11개 미션을 고르고 골라서 소개한 일종의 우주탐사 역사서거든요. 작업 중 궁금한 게 있으면 나사와 유럽우주기구 홈페이지에서 거의 다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나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일단 그 광대함에 놀랍니다. 그동안 진행했던 우주탐사 미션들의 모든 것, 그 미션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매일매일 오늘의 사진과 뉴스가 뜨고요, 생각 없이 클릭질을 계속하다 보면 우주선 등의 장치를 만드는 제트추진연구소(http://www.jpl.nasa.gov)나 허블이 찍은 아름다운 사진들을 엄청나게 담고 있는 허블 유산 프로젝트(http://heritage.stsci.edu) 등 다양한 관련 사이트의 바다로 빠지고 맙니다. 그러다가 ‘헉!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지?’정신을 차려야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죠.


네~ 일이고 뭐고 그냥 찬찬히 둘러보고 싶었어요. 영어는 문제가 아니었죠. 우리에겐 조악하나마 ‘번역기’가 있고, 무엇보다 나사 홈페이지에는 아름다운 우주사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스페이스 미션》 11장에서는 허블 우주망원경을 소개합니다. 허블은 저 먼 우주가 아니라 지구대기권 끄트머리 지구저궤도에 위치한 망원경입니다. 그 위치 덕분에 우주비행사들이 다섯 번이나 목숨을 걸고 정비를 하기도 했죠. 이 정비 미션은 영화 <그래비티>의 모티브가 되기도 합니다. 허블은 여러 번의 정비를 거쳤다고 해도 30년이나 된 망원경이다 보니 최신 망원경에 비해 조금 성능이 떨어지기도 하는데요, 그럼에도 여러 가지 뛰어난 과학적 성과를 남기고 있고, 무엇보다 엄청나게 아름다운 우주사진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보통사람들에게 허블은 우주망원경의 대명사지요.



허블이 찍고 전문가의 세심한 보정을 거친 우주사진들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만듭니다. 도대체 저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궁금하게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겸손해지죠.


애초에 나사가 우주망원경이 보내온 사진들을 예쁘장하게 보정해서 일반에 공개할 때, 이건 가짜 사진이라고, 오해의 여지가 있다고 반대한 과학자 분들도 계셨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지금 나사 등에 올라오는 우주사진들의 대부분은 우리 눈이 볼 수 있는 가시광선 영역뿐 아니라 볼 수 없는 적외선, 자외선, 엑스선 등의 영역에서 찍은 이미지를 우리가 마치 눈으로 본 것처럼 가시광선용(?) 이미지로 보정하고 합성한 사진입니다. (이 작업은 매우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과정을 거칩니다.)우리가 직접 우주로 나간다면 별들이 가시광선을 마구 쏘아대지 않는 한 저런 화려한 장면은 볼 수 없어요. 사정이 이러니 과학자들이 비판할 만도 하지요.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죠. 앞서 말했듯이 우주사진을 보면서 감탄하는 사람들은 예쁜 사진에 감동받기도 하지만, 우주에 대한 호기심과 경외감, 겸손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우주에 대한 꿈을 키우겠죠. 꼭 우주에 대해서만일까요? 우리는 지구 위 우리 삶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경외감과 겸손함을 느끼게 됩니다. 《스페이스 미션》에는 허블 유산 프로젝트의 책임자 키이스 놀의 다음과 같은 말이 소개됩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나는 우리의 사진들을 벽에 붙여놓은 아이들이 우주란 과연 어떤 모습이며 그런 이국적 장소들을 여행하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생각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리라 기대했습니다. ... 하지만 내가 진정 원한 바는 몇 장의 사진들을 통해 아이들이 삶에 대한 경외감과 신비로움을 간직하는 것입니다. 그저 아침에 일어나 막히는 도로로 출근하고 월급을 받는 것만이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길 바랍니다. 우주가 얼마나 아름답고 놀라운지 ... 아이들이 우리의 사진들을 보면서 언제까지나 그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허블뿐이 아니겠죠? 전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우주탐사 미션들이 우리로 하여금 이렇게 ‘우주를 내면화’하도록 합니다.


우주탐사 미션에서 미국은 독보적이죠. 요새는 여러 가지 이유로 다국적으로 미션이 진행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미국의 힘은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미국의 경제력, 기술력도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이렇게 우주가 내면화되어 있는 미국의 사회 분위기도 크지 않나 생각합니다. 미국인 특유의 ‘오지라퍼’정신이 우주로까지 뻗쳤어요.


여기에 나사의 노력도 눈물겹습니다. 나사는 큰 조직이지만, 역시 의회로부터 예산을 받아와서 운영해야 하는 정부 조직이죠. 그래서 예산에 따라 여러 프로젝트들에 부침이 있었다고 합니다. 거기에 챌린저호 폭발사건처럼 인명이라도 희생되면 정말 큰일이었죠.





나사는 그래서 예전부터 대중친화적인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해왔습니다. 근래에 영화 <마션>이 나사 홍보영화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NASA PPL’이 대단했죠? 나사가 화성 유인탐사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스페이스 미션》에는 재미있는 사례로 1960~7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스타 트렉> 시리즈와 나사의 긴밀한 관계를 소개합니다. 나사에서 우주선을 발사하면 <스타 트렉> 의 시청률이 오르고, 드라마 시청률이 오르면 의회의 자금지원이 늘어나고... 이런 선순환이 계속되어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사회에서 ‘우주로, 우주로’의 꿈은 계속 커지고요.


또 ‘나사’라는 조직 자체의 존재도 있겠죠. 《스페이스 미션》에는 여러 과학자들이 등장하는데요, 자신이 대학원생이었을 때 견학 간 나사에서 바이킹 호가 보내온 화성의 맨 얼굴을 보고 순간 매혹돼 평생을 ‘화성탐사로버’ 미션에 투신한 과학자 스티븐 스콰이어스의 이야기도 소개됩니다. 또 이런 사례도 있습니다. 나사에서 10세에서 17세 사이의 어린 학생들에게 가상 임무에 참여하거나 실제 임무를 하루 경험해보는 식의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는데요, 몇 년 후 이 참가자들을 추적 조사해봤더니 대부분이 과학이나 우주과학 관련한 공부를 하고 이 분야 산업으로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뭐 물론 이런 사람들은 미국 안에서도 극히 소수겠지만, 이런 시스템이 있는 사회와 아닌 사회는 다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물론 무서운 부분도 있습니다. 미국이 자꾸 ‘우주정복’을 하려고 해요. 많은 미국 기업들이 민간 우주비행, 자원 채굴을 위한 소행성과 혜성 탐사 등을 상상만이 아니라 실제로 준비하고 있거든요. 능력이 되니까, 자본이 되니까 우주로 나가네요~


우주를 정복하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이런 사회가 솔직히 많이 부럽긴 합니다. 《스페이스 미션》을 통해 여러 탐사미션의 과학적 의미, 역사, 뒷이야기들을 알게 되면서 지적 충만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작업하는 내내 부러웠어요. 한국 사회도 ‘우주의 꿈’을 가득 안고 있으면 좋겠다는 부러움이요.


아직까지《스페이스 미션》 같은 책은 여전히 미국에서만, 나사의 도움을 얻어야만 나올 수 있는 상황입니다. 우주탐사에 있어 나사야말로 그 방대한 경험과 자료들의 보물단지니까요. 하지만 언젠가는 우리나라 스페이스 미션의 역사를 엮은 두툼한 책이 나올 날이 있겠죠? 그러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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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임피ㅣ플루토


우주를 향한 인류의 꿈을 담은 우주탐사선들

지난 7월 5일 나사가 쏘아보낸 목성 탐사위성 주노가 성공적으로 목성 궤도에 진입했다. 2011년 8월 발사된 주노는 약 5년 동안 28억 킬로미터를 날아가 목성에 도착했다. 주노는 앞으로 20개월간 목성의 남극과 북극을 잇는 5,000킬로미터 상공의 궤도를 37회 회전하면서 목성의 대기와 자기장, 중력장 등을 관찰하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주노 탐사선의 목성 도착 장면은 미국항공우주국 나사가 생방송으로 공개했고, 전세계의 큰 관심과 환호를 받았다. 비록 우리나라가 책임진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큰 관심을 불러모았고, 이러한 우주탐사는 전인류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다. 우리나라도 언젠가 전세계인으로부터 환호와 축하를 받는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먼 과거부터 우리 인류는 우주에 대한 여러 가지 꿈을 키워왔다. 1957년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성공적으로 쏘아올린 이래 60여 년, 1969년 미국 아폴로 11호의 우주비행사들이 달 표면을 밟은 지 50여 년이 지났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인공위성들과 탐사선이 우주로 향했고, 많은 실패와 좌절과 슬픔과 비극을 이겨내면서 거대한 프로젝트들을 성공시켰다. 《스페이스 미션》은 빛나는 스페이스 미션 가운데서 11개의 무인우주탐사 임무와 차세대 임무 6개를 소개한다. 


인류 대신 우주로 향한 밀사들

스페이스 미션(Space Mission)이란 우주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온갖 임무를 가리키는 말이다. 곧 우주탐사 임무다. 우주탐사는 광범위하다. 태양을 관찰하기도 하고, 태양계 여러 행성을 방문하기도 하고, 혜성을 따라다니기도 하고, 외계 행성을 찾기도 하고, 지구 밖 생명체를 찾기도 하고, 우주의 지도를 그리고 우주의 과거를 돌아보기도 하는 등 우주공간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탐사한다. 

우리는 헐리웃 영화에서도 많이 봐왔다. <마션>은 근미래의 유인 화성탐사를 다룬 영화고, <인터스텔라>는 외계 행성 탐사를 다룬 영화다. 그리고 <그래비티>는 우주에서 진행된 허블 우주망원경의 5번의 정비임무에서 모티브를 따온 영화다. 

우주탐사에는 유인활동과 무인활동이 있다. 달로 사람을 보냈던 아폴로 프로젝트는 대표적인 유인활동이다. 하지만 모든 곳에 사람을 보낼 수는 없다. 완벽한 안전을 보장하기도 어렵거니와 비용도 비할 데 없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인탐사선을 띄운다. 그래서 무인우주탐사선은 인류의 대리자다. 인류가 달보다 더 먼 곳을 직접 밟게 되는 그날까지 무인우주탐사선들이 지구 밖 곳곳에서 우리 대신 많은 것을 보고 듣게 될 것이다.


우주와 인간을 다시 생각하다

《스페이스 미션》은 11개의 무인우주탐사 이야기다. 최초로 화성 땅을 밟은 바이킹, 그 성과를 이어받아 화성을 본격 탐사하게 된 화성탐사로버 스피릿과 오퍼튜니티, 어떤 곳일지 감히 상상도 못할 태양계 밖으로 쏘아올린 보이저, 아름다운 고리를 가진 토성과 그 달들을 탐사하는 카시니-하위헌스, 우리의 기원을 알아내기 위해 혜성을 쫓아간 스타더스트, 우리별 태양을 관찰하는 소호 탐사위성, 우리 은하의 지도를 그린 히파르코스 탐사위성,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우주를 똑똑히 보여주는 스피처와 찬드라 우주망원경, 우주망원경의 슈퍼스타 허블 우주망원경, 빅뱅이론을 검증하고 우주의 역사를 거슬러올라가는 WMAP 탐사위성, 그리고 이들의 성과를 계승할 차세대 미션 6개.

《스페이스 미션》에서 소개하는 무인우주탐사는 대부분 나사의 프로젝트지만, 몇 가지는 다국적 프로젝트다. 그리고 요즘은 다국적 우주탐사 프로젝트가 대세라고 한다. 여러 나라가 힘을 합쳐 전인류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자금문제도 매우 크다. 토성 탐사선인 카시니-하위헌스는 유럽우주기구가 참여한 덕분에 10년 넘게 책상머리에서 기획만 되다가 1997년 성공적으로 발사될 수 있었다. 

우주탐사는 우리에게 우주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우주를 알게 됨으로써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고,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 과거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바꿔놨는지, 달에서 본 지구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자부심을 주었는지, 반면 보이저가 태양 행성계를 나가기 직전에 찍은 우리 태양계 ‘가족사진’은 우리를 얼마나 겸손하게 만드는지 생각해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이스 미션》은 11개 무인우주탐사선을 따라가며 스페이스 미션에 담긴 우주 그리고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준다. 

탐사선들의 과학적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탐사임무에서 얻은 것은 무엇이고,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탐사임무들의 성과는 우리의 사회와 문화를 어떻게 바꿔놓았을까? 우주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어떻게 달리 보게 되었을까? 더 나아가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어떤 비전을 보여줄 수 있을까?


11개 무인우주탐사선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바이킹은 최초로 화성 땅에 안착한 인공물이었다. 사실 소련의 루나가 먼저 도착하기는 했지만 15초 만에 연락이 두절되고 말았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나 1974년 바이킹 1호와 2호가 화성에 도착해 화성에 생명이 살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 탐사했다. 결과는? 생명이 있다는 것도 증명하지 못했지만, 없다는 것도 증명하지 못했다. 생명을 탐지하기 위한 바이킹의 임무는 후배 탐사선들의 몫으로 남겨진다. 

화성탐사로버(Mars Exploration Rover, MER)의 쌍둥이 로버,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는 바이킹과 마스 패스파인더의 후배로서 2004년 화성에 도착했다. 이 로버들의 업적은 화성에 물이 있었다는 증거를 광범위하게 찾아내고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쌍둥이 로버가 발견한 과학적 사실들도 흥미롭지만, 이 로버들에는 특별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가 있다. 두 로버 중에서 오퍼튜니티(Opportunity)는 그 이름 그대로 여러 행운을 만나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화성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다. 반면 스피릿(Spirit)은 너무나 가혹한 화성의 환경에서 그 이름 그대로 불굴의 정신력을 발휘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며 2010년 작동이 정지되고 말았다. 

보이저는 현재 인간이 만든 것 중에서 지구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물건이다. 보이저 1호는 2013년 이미 태양계를 벗어났다고 발표됐고, 보이저 2호 역시 곧 태양계를 벗어날 예정이다. 보이저가 태양계 밖을 향하면서 우리에게 전해준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그리고 명왕성에 대한 과학적 지식은 그때까지의 과학 교과서를 다시 쓰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뿐만이 아니다. 보이저 1호가 태양 행성계를 나가기 직전 태양을 돌아보고 찍은 기념사진 한 장이 인류 역사에 길이 남는 역사적 사진이 되었다. 칼 세이건이 이름 붙인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광활한 우주에서 점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창백한 푸른 점, 우리의 지구 사진은 인류에게 우주 안에서의 우리 위치에 대해 다시 사고하게 만든다. 

카시니-하위헌스는 토성계 탐사선이다. 카시니는 나사에서, 하위헌스는 유럽우주기구에서 담당한 탐사선인데, 보이저가 흘깃 보고 지나간 토성을 본격 탐사하기 위해 발사된 우주선이다. 특히 하위헌스는 토성의 달 타이탄에 착륙하여 다른 행성의 달에 생명이 살고 있을지 연구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현재 타이탄은 태양계에서 지구 말고 그 표면에 안정적으로 액체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천체다. 그 액체 속에 무엇이 있을까? 앞으로도 연구는 계속될 것이다.

스타더스트는 혜성의 먼지를 받아내기 위해 발사된 탐사선이다. 혜성은 태양 행성계 밖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태양계의 기원, 그리고 우리의 기원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증거들을 오롯이 보존하고 있다. 스타더스트 탐사선은 무려 시속 2만 1,000킬로미터로 날아가면서도 혜성의 사진을 찍고 그 먼지를 받아 지구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혜성 먼지에서는 예상대로 생명의 기본이 되는 아미노산 중 하나인 글리신이 발견되었다. 많은 과학적 발견들이 평범한 시민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대표적인 시민과학자 활동으로는 외계생명체로부터 날아오는 신호를 포착하려는 SETI@HOME 프로젝트가 있고, 스타더스트가 가져온 먼지들을 골라내기 위한 Stardust@Home 프로젝트 역시 시민과학자 활동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시민과학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소호는 우리별 태양을 관찰하는 탐사위성이다. 태양계의 중심인 태양은 이 모든 것을 이뤄낸 장본인이다. 그런 태양이 어떤 구조를 하고 있고,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생생히 보여주는 탐사선이 바로 소호다. 태양이 수천 가지 진동모드로 울리고 있다는 걸 아시는지... 과학자들은 이 진동으로, 마치 지구과학자들이 지진파로 지구 내부를 알아내듯이 태양에 대해서도 알아내고 있다. 또한 우리 생활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는 우주기상에 대한 막대한 정보를 매일매일 업데이트해주고 있는 것도 소호다.

히파르코스는 《스페이스 미션》에서 다룬 우주임무 가운데 유일하게 나사가 관여하지 않은 탐사위성이다. 그 임무는 우리 은하의 지도를 그리는 일이다. 별들의 위치를 재는 일은 천문학의 기본 중 기본이다. 정확한 위치를 알아야 정확한 거리를 알고, 정확한 거리를 알아야 별들의 고유밝기, 질량, 크기 등 온갖 특성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히파르코스는 별로 화려할 것도 없지만 너무나 중요한 이 임무를 3년 6개월 동안 수행하다가 역시 유럽우주기구의 가이아 탐사선에게 물려주었다. 가이아는 현재 우리 은하를 3D 지도로 그리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나사의 스피처 우주망원경과 찬드라 우주망원경은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또다른 우주를 보여준다. 빛은 전자기파의 일종이고, 우리 눈으로 감지할 수 있는 전자기파는 고작 ‘가시광선’뿐이다. 스피처는 우리 눈을 대신해서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적외선으로 우주를 관찰하고, 찬드라는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은 엑스선으로 우주를 관찰한다. 이들 망원경은 가시광선으로 보면 아무것도 없이 고요해 보이는 우주가 얼마나 역동적인지 보여주었다. 우리는 스피처로 별의 탄생을 관찰하고, 외계 행성을 찾아낼 수 있다. 또 찬드라로 별들의 마지막을 관찰하고, 기괴하고 무시무시한 중력 괴물 블랙홀과 중성자별들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간접적이지만 암흑물질의 가능성을 감지해내기도 했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가장 유명한 우주망원경이다. 허블이 찍어 보낸 아름다운 사진들은 말할 것도 없고, 허블 딥 필드 등 과학적 성과도 엄청나다. 너무나 유명하고 많은 사랑을 받은 덕에 우주비행사들이 목숨을 걸고 우주로 올라가 5번이나 고쳤다. 허블은 2018년으로 예정되어 있던 임무가 연장되어 2021년까지 우리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WMAP은 우리 우주의 기원을 찾아가는 탐사위성이다. 빅뱅이론의 결정적 증거인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의 비등방성을 섬세하게 탐지해내 아주아주 어린 우주로부터 어떻게 지금과 같은 물질들이 생겨났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우주가 태어나 어느 곳이나 똑같았다면 지금같이 은하와 별과 행성들이 존재할 수 없었다. 어딘가 조금이라도 차이 나는 데가 있었어야 서로 뭉쳐져 물질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 초기의 모습을 보여주는 탐사위성이 WMAP이다. 

《스페이스 미션》은 이밖에도 이들의 임무를 이어받아 우리의 오감을 우주로 안내할 차세대 미션 6개도 소개한다. 이미 활동을 개시한 화성 로버 큐리오시티와 케플러 우주망원경, 가이아 우주망원경, 플랑크 탐사위성과 함께 활동 준비중인 목성 위성 탐사임무 라플라스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을 소개한다. 


외계 생명은 과연 있을까?

저자인 크리스 임피(Chris Impey)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 천문학과 교수이자 아주 저명한 우주생물학자다. 우주생물학이란 우주에서 생명의 가능성을 폭넓게 연구하는 천문학의 한 분야다. 우주과학의 궁극적 목표는 지구 밖에 생명이 살고 있느냐를 알아내는 것이라고 한다. 크리스 임피 박사는 우주생물학자답게 이 책 곳곳에서 지구 밖 생명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한번 상상해보자. 만약 우리가 태양빛을 에너지원으로 삼듯이 중력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생명이 있다면, 중력 괴물 블랙홀 근처에서 오히려 잘 살고 있는 생물이 존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터무니없는 생각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우리는 아직 지구의 생명밖에는 모르니까 말이다. 심지어 지구에서도 극한성 생물이라는, 극악무도한 환경에서도 잘만 살아가는 생물이 곳곳에 있는데 넓디넓은 우주에 뭐가 있을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이런 생각을 반영해서인지 2009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바티칸에 저명한 천문학자와 우주생물학자들을 모아 지구 밖 생명에 관한 ‘바티칸회의’를 열기도 했다. 우주생물에 대한 호기심은 종교도 예외가 아니다.


우주탐사가 인류의 사회와 문화예술에 끼친 영향은?

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고 사고하는 사회와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서 한낱 점 같은 존재만도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회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는 우주를 알면 알수록 우리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알게 된다. 가이아 이론을 주창한 제임스 러브록은 연구 끝에 화성에는 생명이 없을 것이라고 결론내린 후 생명과 대기, 암석과 물이 하나를 이루는 어머니 지구, 즉 가이아라는 개념을 생각해냈다. 오히려 지구 밖에서 지구를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지구 밖에도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곳을 그리는 수많은 이야기와 노래, 예술작품들을 만들어내고, TV 드라마 <스타 트렉>처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렇게 풍성해진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커다란 꿈을 심어준다. 반면 지구 밖에 세상이 있을지라도 우리가 머물 곳은 아직 이곳뿐이기에 지구를 더욱 사랑하고 아껴야 함을 더욱 뼈저리게 느낀다. 


수많은 우주탐사에 맥락을 짚을 수 있는 책

저명한 천문학자와 영문학자, 미국항공우주국 나사는 무인우주탐사들에 담긴 인류의 과학과 문화와 예술과 꿈과 통찰을 담아내기 위한 역사 기록 프로젝트를 계획했고, 그 내용을 724쪽에 이르는 《스페이스 미션》에 담았다. 이 책의 또다른 미덕은 나사를 비롯한 여러 우주기구들이 어떤 과학적 맥락에서 탐사계획을 짜고 진행시키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인들은 우주로 나가는 많은 탐사선들이 왜 나가는지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다. 그러나 《스페이스 미션》에서 다룬 탐사선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주과학자들이 무엇을 목표로 각각의 탐사선을 만들어 보내는지 큰 그림이 그려진다. 

얼마 전 목성에 도착한 주노가 그렇듯 앞으로도 여러 우주탐사선들이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우주로 향할 것이다. 《스페이스 미션》을 읽은 독자라면 그 과거와 미래에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