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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5.12 잔화요란
  2. 2017.05.01 평범한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이유- 평범

잔화요란

꿈북저널, 책이 문화가 되는 길 2017. 5. 12. 17:48 Posted by 꿈꾸는 도서관


여성을 꽃에 비유한다면 어떤 시기를 의미할까? 잔화요란은 꽃이 떨어지기 전 가장 아름답게 만개한 모습의 꽃을 가리킨다고 한다. 그렇다면 여성에게는 어떤 시기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일까? 나의 삶에서도 꽃이 활짝 폈던 시절이 있었던가를 떠올려 본다. 결혼하기 전이 그래도 가장 빛나던 날들이 아니었나? 그런 생각을 하며 읽기 시작한 《잔화요란》은 결혼 전후 세 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 가지 시선으로 결혼에 대해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이 책은 세 여성의 전혀 다른 결혼관을 통해서 현대 여성들의 파편적이고 혼란스러운 정체성을 그린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른바 ‘비혼의 시대’, 결혼보다는 일을 선택하는 여성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 소설에 등장하는 세 여인도 행복한 결혼 생활에 대한 환상보다는 결혼이라는 제도에서 비롯된 현실적인 문제들로 고민이 깊다. 이제 막 결혼을 하는 예비신부 리카, 그녀를 도와 결혼준비를 하는 두 여성 이즈미와 마키는 서예교실에서 만난 동료이다. 결혼과 동시에 회사를 그만두는 리카는 예비신부치고는 차분하고 조용하다. 남편을 사랑해서 결혼한다기보다는 어딘가 현실도피적인 느낌이 든다. 그녀에게는 말 못할 비밀이 있었는데, 상사 카와사기와 내연관계였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카와사기의 아내 미츠코는 조카나 다름없는 케이치를 리카에게 소개하고 두 사람은 첫 만남 이후 결혼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하게 된다. 리카는 카와사기와의 불륜을 통해 관계의 불안을 느껴왔고 케이치를 만나면서 결혼이라는 안정된 피난처를 택하게 된 것이다. 주체적이고 독립적이진 못하지만 사회에서 바라는 순종적인 여성상에 가장 가까운 여성이 바로 리카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인지 리카는 케이치가 결혼 전 서예교실 동료 마키와 섹스파트너였다는 사실을 알고도 문제 삼지 않는다. 그녀에게는 결혼이라는, 하나의 보호막이 필요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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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쿠타 미츠요(지은이) ㅣ 박귀영(옮긴이) ㅣ 콤마

살아가면서 만나는 무수한 ‘만약’을 통해
평범한 오늘이 내 인생 가장 특별한 날이 된다!


살면서 숱하게 상상하는 ‘만약’이라는 세상과 현실 속 평범한 일상을 담은 여섯 편의 단편소설집이다. 이미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어느 하나 버릴 작품이 없는 작가’로 통하며 발표하는 작품마다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거머쥔 가쿠다 미쓰요. 이 작품은 지난 2016년 1월 후지TV의 드라마로 제작되어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여과없이 보여 준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각각의 주인공은 결혼과 이혼, 불륜과 실연 등 인생의 크고 작은 충돌과 어긋남을 겪은 후 인생의 기로에 서서 만약의 자신을 상상한다. 만약에 그 사람과 헤어지지 않았다면,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나는 지금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작가는 만약으로 반짝이는 환상이 아닌 현실에 충실한 자신을 받아들이는 주인공을 통해 평범한 오늘이 어쩌면 인생의 가장 특별한 날이란 걸 깨닫게 한다. 인생의 무게를 짊어진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봤을 법한 ‘만약’에 관한 이야기는 담담하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 

만약 그때 그랬다면, 나는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까?
평범한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이유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한다. ‘만약에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 작품은 평범한 일상을 사는 여섯 주인공들이 ‘만약’이라는 가상의 세계를 그리며 현실의 자신을 되돌아보는 이야기다. 하루하루 묵묵히 살아가지만 자신이 처한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혹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의 벽 앞에서 후회하는 주인공들은 과거 자신이 한 선택에 의심을 품는다.

만일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좀 더 자유롭게 살 수 있지 않을까?_「또 하나의 인생」
만일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면, 난 다른 사람이 되었을까?_「달이 웃는다」
만일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을까?_「오늘도 무사 태평」
만일 그녀와 헤어지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했을까?_「주방 도라」
만일 그녀를 배려했다면, 나와 그녀의 인생이 달라졌을까?_「평범?
만일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지 않았을까?_「어딘가에 있는 너에게?

결혼하지 않았다면,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면…… 하는 ‘만약’이라는 주문에 기대어 잠시나마 현실의 고통을 잊는 모습이 어쩐지 낯익다. 분명 몇 번을 다시 살아도 같은 선택을 했을 테지만, 그 순간마다 그들을 자기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만약 그때'라는 마법의 주문을 더한다.
작가는 자꾸 뒤돌아보고 싶은 후회와 미련이 남는 삶이라도 지금 우리 앞에 주어진 현실을 꿋꿋하게 잘 버텨 내 주길 바라는 마음에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반짝반짝 빛나는 인생이 되기를, 어떤 큰 변화가 있는 인생이 아니라 아주아주 평범하게 하루하루 살아 주기를 바라면서. 

장르를 넘나드는 달콤한 상상,
그 속에서 일탈을 꿈꾸다


현실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을 꿈속에서 보고 며칠간 기분이 좋은 여자와 이미 한참 전에 헤어져 서먹한 사이가 되었음에도 그녀와의 결혼 생활을 상상하는 남자. 이 두 사람은 그 달콤한 상상만으로 잠깐의 일탈을 즐긴다. 또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나날 속에 찾아온 드라마틱한 사건에 휘말린 여자는 자신이 마치 탐정이라도 된 양 행동한다. 이렇게 단편 속에 등장하는 각기 다른 주인공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작가는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성실하게 묘사한다. 또한 표제작인 <평범>을 드라마로 프로듀싱한 후지TV의 오다 다이 씨는 ‘로맨스에서 서스펜스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서술과 농밀한 인물 묘사 탄성이 절로 나오는 이야기 구성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필력에서만큼은 일본 제일의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이기에 매번 등장하는 각각의 인물들의 인생 변곡점을 오버하지 않고 담담하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그릴 수 있었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