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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숙 (지은이) ㅣ 서울셀렉션

청소년들에게 들려주는 기억해야 할 우리 현대사
파독 광부와 간호사라는 이름으로 떠난 2만여 명의 젊은이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기억하고 되새겨야 할 사건과 인물들을 쉽게 잊곤 한다. 1960년대 이른바 ‘외화벌이’를 위해 독일로 떠난 광부와 간호사들도 그 중 일부다. 이제는 거꾸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땅을 찾는 요즘, 어린 세대들에게 ‘파독 근로자’라는 말은 생소하기만 하다. 당사자들에게는 엊그제 같은 일이 벌써 반 세기가 지났고, 교과서에 한두 줄로 실려있을 뿐이다. 영화 《국제시장》으로 이들의 존재가 다시금 주목 받았지만, 짧은 영상만으로 당시 파독 근로자들의 피와 땀, 눈물로 얼룩진 삶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그런 점에서 《글뤽 아우프: 독일로 간 광부》는 잊혀져 가던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청소년 소설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막장인생을 딛고 청소년들의 미래를 밝히는 교육자로 거듭난
권이종 교수의 실제 삶을 바탕으로 한 소설


소설 속 주인공 상우는 두메산골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일자리를 찾아 서독행 비행기를 탄다. 언제 죽음이 닥칠 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막장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면서도 미래에 대한 꿈을 키우며 독일어 사전을 펼치는 상우는 실제 인물을 모델로 했다. 바로 파독 광부 출신 권이종 교수다. 권 교수는 1964년 광부로 독일에 갔다가 아헨공과대 사범대학에 입학한 첫 외국인이 되었다. 한국을 떠난 지 16년 만인 1979년 교육학 박사가 되어 귀국한 그는 국내 최초로 평생교육개론, 청소년교육개론 등을 썼으며 한국교원대 교수와 한국청소년개발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ADRF 아프리카 아시아 난민교육후원회장으로 또 다른 지역 어린이 청소년들의 꿈을 키워주는 일을 하고 있다.

잊지 말아야 할 우리 민족의 역사, 특히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소재로 청소년 역사소설들을 꾸준히 발표해 온 문영숙 작가는 파독 근로자에 관한 자료조사 중 우연히 권 교수를 동네 이웃으로 만나게 되었다. 필연과도 같은 이 만남을 계기로 권 교수의 실제 삶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 탄생했다. 폐에 쌓인 석탄분진을 빼내기 위해 광부들이 사용하는 코담배, 돌덩어리와 석탄 파편을 맞아 생긴 상처 위에 석탄가루가 달라붙어 생기는 석탄문신, 탄광 내 갖가지 사고 등 막장생활에 대한 생생한 묘사는 권 교수의 경험담이 반영된 것이다.

“꿈을 꾸는 건 돈이 드는 일도 아니니까. 마음마저 가난하게 살고 싶지는 않았다.”
검은 땀과 검은 눈물로 가득한 청춘의 고군분투기


권 교수의 삶을 모델로 하면서 《글뤽 아우프: 독일로 간 광부》는 단지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이겨낼 꿈과 희망을 길어내고자 한다. 가난 때문에 고등학교도 겨우 마쳤지만 독일 대학생을 꿈꾸는 주인공 상우, 철 없이 살다가 막장을 경험하고 난생 처음 인생계획을 세우는 황수,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사회복지사를 준비하는 야무진 간호사 미경. 고된 현실 속에서도 꿈을 향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모습은 반 세기가 지난 현재 젊은이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청년 실업은 여전하고, 미래는 불투명하며, 쉽게 이루어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동료의 죽음 앞에서, 석탄 가루로 범벅이 된 검은 빵을 삼키면서도, 안전모에 달린 작은 플래시 하나로 어둠을 밝히며 앞으로 나아간다. “꿈을 꾸는 건 돈이 드는 일도 아니니까. 마음마저 가난하게 살고 싶지는 않았다.”는 상우의 말은 현실적인 울림을 갖는다. 실업과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떠났던 평범한 젊은이들은 그렇게 굴곡진 우리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채운 주인공들이 되었다. 

제목의 ‘글뤽 아우프(Gluck Auf)’는 ‘지상에서 만나자’는 뜻의 독일 광부들의 인사다. 언제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탄광에서 서로에게 행운을 빌어주는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스스로에게 글뤽 아우프라고 외치며 현실을 헤쳐나갈 꿈과 용기를 다질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권 교수가 추천사에서 밝힌 것처럼, 우리나라에 와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이 책이 위로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리안 쇼 (지은이) | 최설희 (옮긴이) | 뜨인돌


침묵 속에 꽃핀 우정이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조용한 위로

캐나다도서관협회 선정 청소년 도서상 후보작

소란한 세상에서 말없이 전하는 위로와 우정 

어려움을 겪을 때 우리는 주변에서 힘을 준다고 하는 말들에 오히려 더 지치기도 한다.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말 백 마디보다 그저 진심이 담긴 조용한 위로와 곁을 지켜 주는 존재 하나가 필요할 뿐이다. 

<우리들의 다정한 침묵>의 두 주인공은 편견 없이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는 서로의 존재를 믿고 의지한다. 이들이 나눈 대화는 채 여섯 단어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눈빛, 행동, 존재감만으로 상대에게 치유와 위로를 전한다. 작가 리안 쇼는 아픔을 위로하는 데 화려한 수식어구 따위는 필요하지 않음을 보여 준다.

삶을 지속하는 힘은 어제가 아닌 오늘의 기쁨

사람들은 때때로 과거의 기억에 오랫동안 머문다. 오늘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이다. 두 주인공 역시 그랬다. 알렉산드라는 ‘만약 그때 이렇게 했다면’을 무기력하게 되풀이하면서 끊임없이 과거의 자신을 탓한다. 자신은 오늘을 살아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 일 이후 나는 매일 밤 마음속에서 진실을 바꿔 보려고 그날 밤의 새로운 버전을 되풀이해 보았다. 장면을 모두 현실과는 다르게 찍은 이 영화들은 모두 아무도 죽지 않은 채 끝이 난다.

-본문 128쪽


한편 조니는 몸에 덮쳐 오는 고통과 병실에 누워만 있는 지루한 시간을 잊고 싶다. 그래서 자꾸만 얼굴도 모르는 엄마가 준 목걸이를 보며 과거의 행복한 기억 속으로만 숨어든다. 그러던 두 소녀는 조니의 언어치료 훈련을 함께 하게 되고 조니는 알렉산드라의 도움으로 난생처음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내가 그렇게 한 건가? 저게 내 목소리인 건가? 내가 마음속에 있던 말을 공중으로 내보냈다. … 마법 같다.

- 본문 165쪽


알렉산드라는 자신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온 힘을 다하는 조니의 모습을 보고 어느새 스스로 말문을 연다. 침묵 속에 갇혀 있던 조니 또한 오랜 염원이었던 타인과의 대화를 하루하루 조금씩 이루어 가면서 세상과 소통하는 즐거움으로 오늘을 기대한다. 마침내 두 소녀는 삶을 지속하는 힘은 어제가 아니라 바로 오늘의 기쁨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정말 오랜만에 여기에 있는 나와 오늘의 일만 생각했다. 바로 여기 이 병원에서 오늘 일어나는 일들. 목걸이에서 나를 멀리 과거로 데려갈 색깔을 찾고 싶지 않다. 나는 깨어 있고 싶다.

- 본문 179쪽


죽음에서 도망치지 않고 충분히 슬퍼하기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한다. 그 슬픔을 맞이하는 자세는 다양하지만 때로는 상실의 무게가 두려워 죽음을 애써 외면하고 잊으려 하기도 한다. <우리들의 다정한 침묵>은 인물들이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 주면서 상실을 극복하는 방법은 죽음을 충분히 슬퍼하고 떠나간 존재를 기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두 주인공 곁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알렉산드라는 친한 친구를 잃고 후회와 상실감에 주저앉았다. 죽음 앞에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말하기를 그만두었다.


어떤 사람들은 가까운 사람이 죽는 걸 경험하지 않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아끼는 사람을 완전히, 그리고 통째로 잃는다는 게 어떤 건지 모르고 성장한다. 나는 왜 이걸 또다시 겪어야 할까? … 죽음은 누군가를 잃는 것이 아니다. 보통 잃는다는 건 그걸 다시 되찾을 수 있는 기회도 있는 것이다. 죽음은 그냥 도둑이다. 누군가를 훔쳐 가면 그냥 그대로 끝이다. 

- 본문 276쪽


조니는 병 때문에 자신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지만 일생을 죽음의 위협 아래 살면서 오히려 조니의 내면은 더욱 단단해졌다. 


나는 설령 죽음이라도 내 안의 깊은 곳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를 아낀 사람들 곁에 여전히 있지만 그저 그들이 더 이상 내 몸을 볼 수 없는 것뿐이다.

- 본문 261쪽


두려움 없이 죽음을 담담하게 대하는 조니를 보면서 알렉산드라는 죽음에 직면할 용기를 얻고, 아빠와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한다. 아빠도 아내의 죽음으로 자신과 똑같은 아픔을 겪었다는 것을 알게 된 알렉산드라. 쌓아만 왔던 감정을 터뜨리고 실컷 울며 떠나간 이들을 그리워한다. 소녀는 그렇게 죽음을 겪어 내며 한 뼘 더 성장한다. 


“나 역시도 일을 달라지게 했을 수 있단다. 그랬다면 모든게 괜찮았을 수도 있어. 하지만 우리 중 누구도 지금 그걸 바꿀 수는 없단다.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 하고 우리 삶에 최선을 다해야 해.”

“어떻게요? 어떻게 계속 이 바보 같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어요? 칼리가 죽었는데?”

“왜냐하면 너에겐 선택권이 없으니까. 그리고 칼리라면 네가 그러길 바랄 테니까.”

“어떻게 아세요?”

“나는 몰라. 하지만 너는 알잖니. 칼리가 네가 이렇게 방 안에 숨어 있기를 원할까? 그 애는 언제나 너를 이 방에서 끌어내 온갖 일을 벌이곤 했지.” 

- 본문 28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