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라 즐거운 육아

꿈북저널, 책이 문화가 되는 길 2017. 3. 22. 11:24 Posted by 꿈꾸는 도서관


남자들의 군대 경험담만큼이나 마르지 않는 이야깃거리가 엄마들의 육아 경험담 혹은 육아 고생담 아닐까. 김혜율의 《욜라 즐거운 육아》(초록비책공방, 2017) 역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파란만장한 사연을 담은 책이다. 그런데 조금 독특하다. 일단 제목부터가 눈길을 끈다. ‘욜라 즐거운’ 육아라니! 제목만큼이나 위트 있는 저자의 입담이 글 곳곳에서 느껴진다. 그 뿐 아니다. 배꼽을 잡고 웃다 보면 어느새 뭉클하다. 독자를 들었다 놓았다 한다. 세 아이와 함께하는 그녀의 육아 이야기가 점점 궁금해진다.

"어느 겨울날 밤, 남편과 싸우고 홧김에 내복 바람으로 돈도 없이 집을 나갔었지. 하얀 눈송이가 하염없이 떨어지고 있었지. 집 앞 가로등 아래에서 한참 떨어지는 눈을 보고 있어도 남편이 안 따라 오길래 이대로 얼어 죽어버릴까 생각도 했었지. 아아, 하지만 난 잔잔한 꽃무늬 내복바지를 입고 있었어. 이런 차림으로 얼어 죽으면 신문에 나올 거고, 그럼 우리 부모님이 슬퍼하실 텐데." (본문 123쪽)

《욜라 즐거운 육아》를 읽기 시작하면서, 흔한 ‘육아 지침서’가 아닐까 지레짐작했다. 결국에는 ‘이렇게 아이를 키우세요.’ ‘좋은 부모는 이렇게 합니다.’와 같은 따분한 말들을 늘어놓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내가 잘못 짚었구나 싶었다. 이 책은 프로 엄마의 능숙한 육아기를 다루는 것이 아니다. 철없고 서툰 엄마의 고군분투기이자 성장기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오히려 찡하게 와닿는 부분이 있다. 더불어 남편과의 깨알 같은 에피소드가 구구절절하게 가슴을 두드린다. 마치 걸쭉한 막걸리 한 잔에 안주로 곁들인 오징어 파전 같다고나 할까.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마어마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그때마다 어디에 대고, 또 누구를 향해 스트레스를 풀겠는가. 떠오르는 상대는 단 하나, 남편뿐이다. 남편이 밉거나 싫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단단한 믿음 때문일 것이다.

"오늘은 바람이 참 이상도 하지. 마치 나를 위로해주기 위해 부는 것 같아. 알게 모르게 다치고 지친 내 마음에 '괜찮다. 다 괜찮아. 어른이 돼서, 엄마가 되어서 힘들지? 내가 안다. 다 안다. 넌 아직도 예전에 내가 만났던 아이, 눈물 많고 구름과 별을 자주 쳐다보던 아이인 걸 알지. 난 너를 만나러 왔어' 이렇게 말해주는 거 같다."

넘어질 듯 말 듯 하루하루를 견디다 보면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면서 보다 성숙한 엄마와 아내로 거듭난다. 문득 고진감래(苦盡甘來)란 성어가 떠오른다. 세상에 공짜는 절대 없는 법이니까. 힘든 시간 속에서 보람을 느끼고 행복한 미래를 설계해나가는 것, 그 안에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순간순간의 희열이야말로 참다운 육아의 결과가 아닐까. ‘메리, 욜라, 로’ 삼남매의 밝고 건강한 미래를 힘차게 응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