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집(진주·진경 지음, 고래뱃속, 2015)>
사실 나는 엄청난 ‘집순이’다. ‘우리 집’만큼 안락하고 편안하고 조용하고 따뜻한 곳이 또 있을까? 표지만 봐도 졸음이 쏟아질 것 같은 《우리, 집》처럼 말이다.
나의 아이들도 생각이 비슷할 거라고 여겼다. 그리하여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았다. 나름 아이들과 미술놀이도 하고 소꿉놀이도 하고 영웅놀이도 하면서 말이다. 아직 어린 벚꽃양은 물론 활동량이 엄청난 일곱 살 고등어군도 큰 불만 없이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적어도 ‘그 종합장’을 보기 전까지는 그렇게 믿었다!
지난 2월, 고등어군이 만 4세 반을 졸업하며 그동안 어린이집에서 활동했던 학습결과물을 가져왔는데, 그중 하나가 ‘주말 지낸 이야기’를 정리한 종합장이다. 이런 걸 했었구나, 기특하면서도 귀여웠다. 또 왠지 모를 기대감이 생겨났다. 처음으로 아이의 그림일기를 보는 느낌이랄까? 우리 아들은 주말에 뭐 한다고 생각했을까?
작품명 : 주룩주룩, 비를 맞아봤어요(그림 상단의 ‘6’인지 ‘사과그림’인지 모를 기호(?)가 ‘비’란다!)
작품명 : 수영장에 가서 놀았어요(그림 주변에 물이 번져있는 이유는 수영장이라서 물을 칠했기 때문이란다.)
아이의 설명이 재미있어서 계속 넘겨보는데 고등어군이 쓴 일기 중에 자주 등장하는 글자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림도 비슷했다. 자세히 보니, 낱말이 아닌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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