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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숙 (지은이) ㅣ 서울셀렉션


하얼빈에 울려 퍼진 네 발의 총성과 세 번의 외침 “코레아 우라!”

안중근이 바란 것은 단지 이토 히로부미의 죽음만이 아니었다.
“내 전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 광범위한 사료와 전문 연구자의 고증, 작가의 역사적 상상력으로 완성된 안중근의 삶과 사상에 관한 다큐멘터리 팩션
◆ 문영숙 작가의 전작 《독립운동가 최재형》과 함께 대한제국 말 연해주 독립운동가들
의 투쟁과 하얼빈 의거의 진실을 총체적으로 조명
◆ 순국 107주년을 맞는 올해,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안중근의 동양평화 사상과 아직 지켜지지 못한 유언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에서 대한제국 초대총감이었던 일본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후, 다음해 1910년 3월 26일 뤼순 감옥에서 순국한 안중근. 그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이지만, 대부분 독자들은 여전히 하얼빈 의거라는 영웅적 행위만 기억할 뿐, 안중근의 진짜 얼굴에 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 서른둘의 짧은 인생이었기에 더욱 강렬했던 그의 삶과 사상, 투쟁의 기록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안중근의 마지막 유언》은 안중근 의사의 옥중 유고와 재판 기록,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의 급변하는 정세와 인물들에 관한 광범위한 자료를 씨실과 날실로 삼아 저자의 역사적 상상력으로 촘촘하게 짠 다큐멘터리 팩션이다. 
작가 문영숙은 안중근의 삶과 의거, 이후의 재판 과정과 순국하기까지의 과정을 엄밀한 사실 자료들로 하나씩 규명해 가면서 역사적 진실에 한 발 한 발 다가간다. 주인공인 안중근의 생각과 입장뿐 아니라, 러일전쟁 후 심각한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이토 히로부미를 만나 동청철도를 매각할 수밖에 없었던 제정러시아의 현실, 동양 평화를 거짓으로 내세우며 동북아시아를 집어삼키려던 이토 히로부미의 야심, 러시아 조차지에서 벌어진 일임에도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일본에게 책임을 떠넘긴 러시아의 회피, 안중근을 국제법으로 재판하지 않고 한낱 개인 증오 범죄로 치부하며 재판을 조작한 일본 법정의 저열함 등을 다양한 각도에서 낱낱이 파헤쳐 재구성하였다. 
안중근의 진짜 얼굴에 다가갈수록, 그의 삶과 투쟁이 왜 불멸의 생명력을 지녔는지, 그의 사상이 오늘날에도 동양과 세계의 평화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깊이 느끼게 된다.

평화주의자 안중근의 진짜 얼굴을 만나다
청소년을 위한 역사 다큐멘터리 팩션


안중근의 진짜 얼굴을 만나기 위해서 세 개의 퍼즐 조각이 필요하다. 첫 번째 퍼즐은 러시아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과 안중근의 관계이다.
이 책은 우선 안중근의 의거 기록에서 비어 있던 퍼즐 조각인 러시아에서의 안중근 행적을 추적한다. 그 퍼즐의 중심에는 러시아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과 독립운동단체인 동의회가 있다. 안중근은 동의회 의병부대 우영장으로 일본군과 치열하게 전투하고, 의거를 성공시켰다. 이 퍼즐 조각은 안중근이 연해주 항일 독립운동 세력의 궤멸을 막고자 심문과 재판 과정 내내 목숨 걸고 사수했던 비밀이기도 하다. 
작가가 이전에 내놓은 책 《독립운동가 최재형》과 함께 이 책을 읽는다면, 대한제국 말기 러시아 연해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우리나라 독립운동가들의 목숨을 건 투쟁과 안중근 하얼빈 의거의 숨겨진 진실 등을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내가 대한국 의군 참모중장이라고 강조한 이상, 총지휘관의 이름을 반드시 말해야 했다. 그러나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위로는 한국의 황제가 총지휘관이겠지만, 내가 활동했던 러시아 연추에서의 총지휘관은 바로 최재형이었다. 그는 동의회를 조직하고 대한국 의군을 창설하여 의병들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무기를 조달해 주었다. 내가 총지휘관을 최재형이라고 말하는 순간,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독립군 자체가 위기에 빠질 것은 불 보듯 뻔했다. 한국의 독립을 위해 조직된 동의회가 위태로워지고 독립운동의 뿌리가 흔들릴 것이었다.(188쪽)

안중근을 이해하는 두 번째 퍼즐 조각은 ‘왜 이토 히로부미를 쏘았을까’를 푸는 것이다.
이 퍼즐 조각은 심문과 재판 내내 안중근이 주장한 ‘만국공법에 따른 국제재판’과 그의 평화 사상과 연결된다. 하얼빈 의거 이후, 안중근은 “내 전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고 말한다. 이토 히로부미의 제거가 아니라 이토와 일본이 계획하고 있는 침략 전쟁을 막고, 한국의 독립과 동양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 의거의 진정한 목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중근은 국제법에 따른 국제 재판이 아닌, 일본 법정에서 일본인 판사와 검사, 변호사에 둘러싸여 일본의 각본에 따른 불법 재판을 받았다. 심문과 재판을 받으며 안중근이 벌인 또 다른 전쟁을 통해 그의 평화주의 사상과 조국 독립을 위한 한없는 헌신을 만나게 된다. 

내 거사가 성공해서 이토 히로부미가 죽었으니, 내 전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내 목표는 이토 히로부미 한 사람을 없애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이토 히로부미가 교묘한 속임수로 한국에 저지른 죄상을 세상에 알리고, 일본의 간교한 한국 침략 계획을 바로잡을 생각이었다. 대한제국을 열강의 폭풍 앞에서 지키고, 전쟁이 없는 동양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 내 최종 목표였다. 나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첫걸음으로 이토 히로부미를 제거한 것이었다.(77쪽)

내가 이토를 죽인 이유는, 이토가 살아 있는 한 동양 평화는 계속 어지러울 것이고 한국과 일본은 서로 증오할 것이기에, 한국의 의병 중장 자격으로 처단한 것이다. 그러니 나를 적국인 일본의 포로로 인정해야 하며, 만국공법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 내 바람은 앞으로 한국과 일본이 더 친밀해지고 평화로운 사이가 되어, 세계만방에 모범이 되기를 희망한다.(202쪽)

세 번째 퍼즐 조각은 안중근의 마지막 유언이다. 유언이 지켜지지 않은 채 안중근의 전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중근은 사형 선고를 받은 후, 항소를 거부하고 죽음을 받아들였다. 국제 법정이 아닌, 일본 법정에서의 항소 재판은 목숨을 구걸하는 것 외에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뜻 역시 그러하였다. 어머니는 단호하게 말씀했다.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 

아들아.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은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네 죽음은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한국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진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여기까지 이르렀으니,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215쪽)

그 후 안중근은 동생들에게 마지막 유언을 남겼다. 하지만, 이 유언은 오늘날까지도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안중근의 시신이 묻힌 하얼빈 공원이 항일 투쟁의 성지가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지 그를 내어주지 않고 비밀스럽게 매장했다. 지금까지도 안중근의 유해가 있는 장소를 숨기고 있으며, 안중근의 옥중 자서전인 《안응칠 역사》와 《동양평화론》 원본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안중근의 투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이다. 107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안중근의 마지막 유언대로 그의 유해를 조국으로 모셔오고, 진정한 독립을 이루어야 한다.

너희는 내 마지막 유언을 꼭 지켜주기 바란다. 내가 죽은 뒤에 내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 두었다가, 우리나라가 주권을 되찾거든 고국으로 옮겨다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또한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힘쓸 것이다. 너희는 돌아가서 동포들에게 내 말을 전하거라. 각각 나라의 책임을 지고, 백성으로서 의무를 다하며, 마음을 같이하고 힘을 합하여 공로를 세우고 업을 이루라고 일러다오. 대한 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228쪽)

청소년 역사소설 전문작가 문영숙

문영숙은 《검은 바다》, 《에네껜 아이들》, 《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 《독립운동가 최재형》 등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수난과 디아스포라를 다룬 청소년 역사소설들을 꾸준히 발표해 왔으며, 최근에는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의 참상을 총체적으로 다룬 청소년 소설 《그래도 나는 피었습니다》 를 발표했다. 
2014년,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러시아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의 일대기 《독립운동가 최재형》을 쓰면서 안중근 의사와 최재형이 연해주를 중심으로 한 항일독립운동사에서 불가분의 관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후 격동하는 구한말 동북아 정세와 안중근 의사의 사상에 관해 심도 있게 배우고, 중국의 하얼빈과 뤼순에서 그의 발자취를 추적하면서 안중근 의사에 매료되었다. 안중근 의사는 근본적으로 평화주의자였다. 그런 그가 항일 전선에서 싸우고,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것은 이토가 우리 민족의 평화와 독립을 강제로 침탈하고 동양 평화를 교란한 평화의 파괴자였기 때문이었다. 
《안중근의 마지막 유언》은 청소년을 주요 독자로 한 소설이어서, 안중근 의사가 살았던 시대의 용어와 어투들을 현대적으로 바꾸었다. 안중근 의사의 옥중 자서전인 《안응칠 역사》와 신문에 발표된 글들, 옥중에서 쓴 문서 등도 뜻을 알기 쉽게 윤문하였다. 부록으로 안중근 의사의 행적을 담은 지도와 연보, 사진 등을 두어 소설의 역사적 이해를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