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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테라피]
최근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으로 국내가 떠들썩하다. 들끓는 국민들의 분노는 꺼지지 않는 촛불로, 광화문의 어두운 밤을 밝혔다. 밝혀지지 않는 것들에 대한 무언의 압박처럼 그 가녀린 촛불은 꺼질 듯 꺼지지 않았다. 꺼지지 않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듯이. 정치인들은 우리 시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국가를 다시금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국가와 나는 어떤 관계일까?
저자 유종성 호주 국립대학교 교수는 기존 상식을 깨고 부패와 불평등 간의 인과적 방향성을 새롭게 뒤집어 주장한다. “부패가 불평등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이 부패를 초래한다” 그런데 부패는 부패 행위 자체를 처단하는 법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접대 문화를 일소하면 부패 문제가 해결되어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까. 책은 사회과학 특유의 증명으로 부패에 관해 심도 있는 토론장으로 안내한다.
이에 따르면 불평등이 심할수록 아무리 좋은 민주주의 제도를 갖추고 있어도, 개혁의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소수의 권력 엘리트들과 다수의 일반인 모두가 ‘부패 행위’에 다가가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권력자들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비리에, 각종 특혜에서 소외된 일반인들은 배타적인 혜택을 얻기 위해 비리에 가까워진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평등한 사회에서는 후견인에 의존하는 후견주의, 소수의 엘리트에 의해 국가가 좌지우지되는 엘리트 포획 등이 다수에 의해 견제되는 구조가 갖춰진다. 결국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사람이다. 제도가 놓여 있는 불평등한 구조를 지켜봐야 한다. 극심한 불평등은 제도의 효율성을 무력화시킬 수도, 극대화시킬 수도 있는 주요 기제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불평등이 민주주의 제도 자체를 흔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주로 선거 등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인 제도에서 부패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김영란법’이 아니라 김영란법이 제대로 시행되기 힘든 ‘양극화된 경제구조’일 수 있다.
금권정치와 소수특권주의에서 벗어난 새로운 민주주의를 제시하는 책.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은 온갖 공약을 남발하면서 시민들에게 한 표를 구걸한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이 자신들만의 이권 다툼에 혈안이 된다. 금권정치와 특권정치에 오염된 대의제의 폐단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의구심과 불신은 누적되어 폭발할 지경이다.
저자는 선거가 곧 민주주의라는 고정관념을 깨라고 말한다. 합의의 도구였던 선거가 시민혁명을 거치면서 소수 엘리트의 정치적 입지를 보장해주기 위한 제도로 변질되는 과정을 밝히고, 현재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진지하고 꼼꼼하게 짚어본다. 그리고 추첨을 통해 노동자, 농민, 전업주부 같은 보통 사람이 정치에 참여하게 하는 제비뽑기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질식 상태의 민주주의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의 최대 방송사(중국중앙텔레비전, CCTV)의 인문 강연 프로그램인 <백가강단>에서 일약 화제가 된 한무제에 관한 30개 강연이 책으로 정리됐다. 한국에서도 유명세를 치르는 이중톈, 왕리췬 등의 학자 출신 스타도 이 프로그램 출신이다.
강연을 맡은 젊은 역사학자는 정설로 되어 있던 한나라 무제의 역사 평가를 원점에서 다시 해석하는 기염을 토한다. 왜 하필 한무제인가? 한무제는 중국에서 ‘진황한무’로 불리며, 진시황과 함께 불세출의 인물로 평가받는 제왕이자, 중화제국의 기초를 닦은 영웅이기 때문이다. 한무제의 업적과 일생은 16글자로 압축 정리할 수 있다. ‘내강황권內强皇權(안으로 황권을 강화하고), 외복사이外服四夷(밖으로 사방의 오랑캐를 복종시켰다), 미신신선迷信神仙(미신과 신선을 숭배하며), 만년개철晩年改轍(만년에 종래의 정책을 철회했다)’이 그것이다.
16자로 요약된 한무제의 행보는 많은 사람에게 익히 알려졌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하나하나 되묻는다. 먼저 한무제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저자가 취한 방법은 사마천, 반고, 사마광을 한자리로 불러모은 것. 당대 최고의 사가인 그들이 쓴 《사기》, 《한서》, 《자치통감》을 단서로 삼았다. 단편적인 사건과 기록 뒤에 숨겨진 배경을 살펴보고, 생략되고 빠진 사실을 이어붙여 맥락을 찾는다. 여정은 흥미진진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이 책의 묘미가 여기에 있다.
한무제는 이제껏 알던 제왕이 아니다. 저간의 사건은 재구성된다. 사마천, 반고, 사마광의 기록을 분석하여 종합하면 한무제는 혼군(昏君)이자 명군(名君)이며 폭군(暴君)의 얼굴을 모두 하고 있다. 도대체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