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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수필집 『미뢰』

맛은 혀가 아니라 뇌로 느끼는 것이다

재미난 맛은 매 순간 변한다. 본디 맛이란 참으로 주관적이라 똑같은 음식을 먹고도 다 다른 맛을 이야기한다. 각자가 지닌 추억과 시간을 함께 버무려 먹으니 그 맛이 다를 수밖에 없다.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꽃봉오리 모양의 기관이 미뢰味蕾다. 작가는 음식을 누가 조리하느냐에 따라 맛이 다 다르기 때문에 미뢰가 꽃봉오리처럼 혀를 감싸고 있어도 끝내 맛을 느끼는 것은 혀가 아닌 뇌를 통한 온몸이라 생각한다. 작가는 자연요리연구가다. 시골 작은 작업실에서 사계절 제철에 나는 식재료로 새로운 음식을 연구한다. 음식을 통해 세상을 보며, 음식으로 소통한다. 먹는 일은 뭇 생명을 살리는 일이고, 먹이는 일은 사람을 섬기는 마음이라 여긴다. 작가가 산속에서 모셔 온 재료로 누군가를 거두는 일은 만드는 사람이나 먹는 사람을 다 이롭게 한다. 철따라 자연이 주는 경험을 스승 삼아 노동으로 익힌 언어만이 온전한 자신의 문장임을 깨닫기도 한다. 작가는 꽃 피면 산에 올라 재료를 마련하고 눈보라 치면 수제강정을 만들어 그 음식으로 사람들과 정을 나눈다. 작가는 자연과 음식, 사람 사랑을 조화롭게 버무려 오늘도 감칠맛 나는 음식을 만들고 있다. 


작가의 한 마디

글이 묵은 情이라면 음식은 춘색 가득한 새 情입니다. 오래된 정은 곰삭아 든든하고 새로운 정은 보기만 해도 감칠맛이 납니다. 평생 모르고 살던 세상을 음식을 통해 다시 보며 음식이 주는 화색에 붉게 가슴 뜁니다. 먹는 일은 뭇 생명을 살리는 일이고, 먹이는 일은 사람을 섬기는 마음입니다. 엎드려 모셔 온 재료로 누군가를 거두는 일은 저도 즐겁고 남도 이로운 일입니다. 자연이 주는 경험을 스승 삼아 노동으로 익힌 언어만이 온전한 나만의 문장임을 비로소 깨닫습니다. 

느린 마음으로 산을 오릅니다. 건겅한 노동 뒤에 흐르는 순도 높은 땀을 보며 물오른 생강나무 아래 잠시 쉽니다. 소리 없이 지고, 또 피는 은근한 풍경을 당연지사라기보다 기적처럼 여기는 것은 제 안에 사랑이 넘치는 탓일 겁니다. 눈보라 치는 청도에서 강정을 빚고, 꽃 피면 산을 오르다 보니 벌써 여러 해가 지났습니다. 오가는 세월에 산은 꽃도 내어주고 내 흥취에 대거리도 잘해줘 그간 썩 잘 놀았습니다. 작정 없이 놀고 음식을 사랑하며 보낸 하루가 쌓여 여기 탑을 이루었습니다. 글이라기보다 충실히 산 제 숨소리입니다.

책속의 한 줄

숨찬 겨울을 건너온 동백이 뚝, 하고 모가지를 꺾으면 통영으로 봄 마중을 간다. 이르게 핀 동백이 막 목숨을 다할 즈음 애쑥은 올라오고 도다리 몸에도 제법 살이 오른다. 얼었던 땅을 뚫고 올라오는 애쑥은 아직 초록을 띠지 못하고 이파리 가득 솜털이 하얗다. 두 닢 사이로 봄 햇살이 쏟아지고 바다 둔덕에 애채들이 잎을 틔우면 통영 바다색도 한결 순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