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서점 <타샤의 책방>의 시작은 어땠을까?



-기억되고 싶은 책방 이야기

‘타샤 튜터’를 아시나요? 할머니가 되어서도 꾸준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던 동화작가이자 그림작가입니다. 《타샤의 정원》을 보면 타샤의 자연친화적인 삶을 엿볼 수 있어요. 
저는 그녀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동네 책방인 <타샤의 책방> 역시 타샤 튜터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오랫동안 하면서 건강하게 지내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이름 짓게 되었지요.


<타샤의 책방>이 문을 연 지도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많은 분들이 의미 있는 만남과 재미있는 행사를 많이 하는 동네 책방으로 기억해 주시는 것 같아 기쁩니다. 사실 책방을 열게 된 것은 우리 아이들 때문이었어요. 아이가 세 명인데 동네에 서점이 없었거든요. 좋은 책을 보여주고 싶어서 대형 서점을 찾아가면 아이들이 골라오는 책은 대부분 장난감이 함께 들어 있는 책이거나 자극적인 만화책이었어요. 도서관에도 자주 가 보았지만 명작동화가 요약되어 있는 그림책을 많이 보려고 해서 아쉬웠지요.


‘왜 좋은 책만 가득한 서점은 없을까? 어떻게 하면 부모와 아이 모두가 만족할 만한 책을 접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때마침 세 아이의 육아로 출판사 편집장 자리를 그만 두게 되었습니다. 저는 유기농 음식점이 있듯이 유기농 책방을 내보자 결심하였고, 멋진 인테리어보다 친환경 자재를 사용한, 그리고 좋은 책이 다양한, <타샤의 책방>의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시작은 유기농 책방에 대한 갈망에서였지만, 운영을 하면 할수록 떠오르는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초방책방’과 ‘크레용하우스’입니다.




  ‘초방책방’을 접했던 것은 제가 어린이책 편집자로 있었을 때입니다. 1990년대 초에 문을 연 곳으로, 어린이책 판매와 전시를 겸하면서 외국 번역그림책이 대세였던 그 시절에 국내그림책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그림작가 워크샵도 진행하던 곳이었지요. 새내기 편집자였던 당시, 저에게 초방책방은 그야말로 이상적이고 멋진 공간이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일까요? <타샤의 책방>에서도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 워크샵을 진행하며 4개월 동안 진행된 글과 그림으로 양장 그림책을 제작합니다. ‘이렇게 그림책을 만든 어린 친구들이 훗날 진짜 작가가 되어 <타샤의 책방>에서 출간기념회도 갖고 원화전시회도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을 가지고요.

그림책 원화전시를 하는 계단형 공간, ‘다락방’ 역시 초방책방의 영향을 받은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그림책을 파는 곳이 아닌, 미래의 작가를 키우고 원화를 전시하여 독자와 저자가 만남을 가졌던 초방책방처럼, 저도 ‘다락방’에서 매달 원화를 전시하고 기획하며 그림책 작가들이나 출판사 편집자와 자주 미팅을 갖고 있거든요.

‘크레용하우스’는 사실 처음 <타샤의 책방>을 오픈할 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곳이었어요. 크레용하우스는 어린이전문서점으로, 20년 전 동경도서전 출장을 갔다가 방문했던 곳이었거든요. 1층에는 서점이, 2층에는 친환경 장난감이, 3층에는 여성에 관한 책과 소품이, 그리고 지하에는 유기농 식품과 레스토랑이 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곳은 주로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시장 보러 나왔다가 서점도 들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어요. 이런 크레용하우스가 최근 자주 생각이 나는 이유는, 아마도 <타샤의 책방> 역시 같은 건물에 유기농 식당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3층 우리 책방에서 책을 보던 엄마와 아이들이 2층으로 내려가 밥을 먹고 근처 공원의 놀이터에 가서 신나게 놀거나 산책을 하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기억 속에만 자리 잡고 있던 특별한 공간이 현실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지요.

이제 저는 다른 꿈을 꾸어 봅니다. 제가 그랬듯, 다른 책방의 주인이 우리 <타샤의 책방>에 영향을 받아 시작했다는 인터뷰 소식이 들려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요.


- 글 김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