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처음’은 가슴 설레는 일입니다



누구나 ‘처음’은 가슴 설레는 일입니다.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고, 새 학년이 되어 새 친구를 만나고…. 아직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일들과 마주하며 느끼는 설렘은 한편 두렵기도 하지요. 그래도 우리는 늘 끊임없이 ‘처음’을 경험하고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됩니다.


우리 아이들이 만나는 ‘시작’은 어떨까요? 모든 것이 처음일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겪는 새로운 경험들. 아이들의 설렘과 두려움이 잘 표현된 몇 권의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이슬이의 첫 심부름』
(쓰쓰이 요리코 글, 하야시 아키코 그림, 한림출판사)


혼자서 처음으로 엄마의 심부름을 하게 된 이슬이. 동전을 손에 꼭 쥐고 우유를 사러 갑니다. 혼자 하는 심부름이 두렵기만 하고, 낯선 어른들과 소통하는 것은 힘이 듭니다. 하지만 심부름을 무사히 마쳤을 때 이슬이의 마음은 뿌듯함으로 가득찹니다.


한편, 엄마도 이슬이에게 심부름을 시킨 것은 처음입니다. 엄마는 이슬이가 돌아올 때까지 동생을 업고 골목에 나와 있지요. 이슬이도 엄마도 이런 ‘시작’을 통해 한층 성숙해집니다.



『달라질 거야』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역, 아이세움)

엄마를 데리러 가며 아빠가 말했습니다.

"모든 것은 달라질 거야"


조셉은 아빠가 올 때까지 혼자 집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그런데 아빠의 말대로 정말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어요. 매일 익숙하게 보아왔던 물건들이 이상하게 변해 버린 거예요. 주전자도 소파도 세면대도 털이 나고 꼬리가 달렸지요. 조셉은 몹시 혼란스럽습니다. 조셉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엄마와 아빠가 돌아왔습니다. 새로 태어난 조셉의 여동생을 데리고 말이지요.


그림책은 이렇게 끝나지만, 본격적으로 달라질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이죠. 조셉의 생활은 이제 모든 게 달라질 거니까요. 부모님의 관심을 독차지하던 조셉은 오빠가 되어, 엄마 아빠와 함께 동생을 돌보게 되겠지요. 변화 가득한 이 새로운 ‘시작’이 조셉에게 행복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난 자전거를 탈 수 있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일론 비클란드 그림, 햇살과 나무꾼 역, 논장)


로타도 언니 오빠들처럼 진짜 자전거를 탈 수 있는데, 아직은 세발자전거만 타라고 합니다. 로타는 다섯 번째 생일에 새 자전거를 바라지만 다른 선물만 받지요. 로타는 베리 아줌마네 창고의 낡은 자전거를 몰래 꺼내 타보다가 넘어지게 되고 팔찌까지 잃어버렸어요. 하지만 열심히 연습한 결과, 로타는 언니 오빠들처럼 두발자전거를 타게 됩니다. 시작은 이처럼 엉망일 수 있어요. 그러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한다면 언젠가는 원하던 바를 이루게 될 거예요.



『이제 곧, 이제 곧』
(오카다 고 글, 오카다 치아키 그림, 김소연 역, 천개의 바람)


겨울입니다. 아기 토끼는 한 번도 봄을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모두들 봄을 기다리네요. 아기 토끼도 덩달아 봄을 기다립니다. 아기 토끼는 형들보다 몸집이 작아 나무에 올라갈 수도 없고, 바다를 볼 수도 없어서 봄이 오는 것을 혼자만 보지 못할까 봐 불안해하지요. 그러다 우연히 북극곰을 만났어요. 아기 토끼는 북극곰을 봄이라고 생각하죠. 북극곰은 따뜻한 시선으로 아기 토끼가 보지 못한 바다를 보여주고 나무에도 올려줍니다.


북극곰을 통해 봄을 느낀 토끼를 보면서 아이들은 ‘시작’이 어쩌면 무언가를 이루며 성장해 나간다는 것을 의미할 거라고 여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계절에 대한 기대는 새로움, 설렘, 희망을 함께 선물하니까요.


이처럼 ‘시작’은 늘 일어나는 일입니다. 때로는 설레고 희망차지만, 낯설고 두렵기도 합니다. 매일 새로운 하루가 시작 되고 해가 저물면 끝이 나는 것 같지만 그 끝은 영원한 끝이 아니지요. 시작과 끝이 반복되는 우리의 삶 속에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 모험의 시작과 끝 역시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가야 할 몫이 아닐까요.


- 글 이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