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어떻게 해서 시를 쓰게 되었는지에 대해 〈시〉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시를 억지로 마음먹고 쓴 것이 아니라 시의 여신 뮤즈가 찾아와서 자연스럽게 시를 쓰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를 쓰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시가 나를 찾아왔지, 시심이 없는 사람에게 시가 오지는 않습니다.


여러분은 시를 쓰고 싶은 생각이 든 적이 분명히 있었지요? 시가 어렵기만 하던가요? 올해가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이라고 국내는 물론 일본과 중국 연변에서도 행사들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시인은 스물여덟 한창 나이에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새벽녘에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절명했지만 그의 고결한 정신은 밤하늘의 별처럼 우리들 마음에서 등대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시집에 난해한 시는 없습니다. 동시도 꽤 많지요.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 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30편에 달하는 윤동주의 동시 중에는 애잔한 슬픔과 그리움의 정서가 담겨 있는 것이 많습니다. 〈편지〉라는 동시에 나오는 “누나 가신 나라”는 하늘나라인 것 같아요. 누나의 부재도 아픈 현실이지만 누나를 잃은 동생의 마음, 누나를 그리워하는 동생의 마음이 우리에게 아픔을 전해줍니다. 윤동주의 동시를 한 편 더 봅니다.

“빨랫줄에 걸어논/ 요에다 그린 지도/ 지난밤에 내 동생/ 오줌 싸 그린 지도// 꿈에 가본 엄마 계신/ 별나라 지돈가?/ 돈 벌러 간 아빠 계신/ 만주 땅 지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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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원(지은이) ㅣ 김도아(그림) ㅣ 크레용하우스

산골에서 노래하는 시
산골에서 근무하며 산골 마을 사람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었던 시인은 애정 어린 눈길로 그들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농촌과 분교를 지키는 마을 사람들의 때 묻지 않은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려 내지요. 도시 사람들에게는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그들에게는 특별하고도 간절합니다. 병원도 은행도 버스 정류장도 없는(「우리 마을 그림지도」) 마을에서 짜장면을 먹으려면 동네 사람들을 모두 모아야 합니다. 세 그릇은 배달이 되지 않기 때문이지요.(「짜장면 먹는 날」) 6년을 학교에 홀로 다닌 순태(「졸업식 날」)의 이야기나 엄마 아빠가 농사일로 바빠 혼자 보내야 하는 어린이날(「어린이날」)의 모습도 도시 아이들에게 낯선 풍경이지요. 시인은 도시 아이들이 알지 못하는 농촌의 소박하고 불편한 삶을 날것으로 보여 줍니다. 쓸쓸하고 외로운, 그래서 애틋한 그들의 일상을 아련히 느끼도록 만들지요. 

빨갛게 익은 고추 따는 날은 
매운 고추 냄새

일거리가 없는 겨울에는 
읍내 주유소에서 일하느라
기름 냄새 풀풀

「아빠 냄새」 부분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따듯한 관심
시인은 사라진 자리, 떠난 자리, 남아 있는 자리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동네 아이들이 깔깔 웃으며 뛰어다니던 좁다란 골목에 자리 잡은 고층 아파트(「고층 아파트」), 도시 사람들이 버리고 간 지난여름을 주워 담는 동네 사람들(「개울 청소」) 의 모습을 시로 그려내 변해 가는 시대와 인정에 대해서 꼬집습니다. 또 터전에 남은 산골 마을 사람들 저마다의 걱정과 기쁨을 이야기합니다. 김장도 해야 하고 연탄도 들여야 되는데 첫눈이 내려 걱정하는 할머니(「첫눈」), 필리핀 엄마 닮아 피부색은 까무잡잡하지만 스티커 하나 붙여 봉화 사람이 되고 싶은 진석이(「봉화 김진석」), 눈이 오면 놀 생각보다 할머니 걱정을 먼저 하는 함경북도 온성에 살다 온 혜진이(「탈북자 혜진이」) 등 소외받는 사람들에게 따듯한 시선을 잃지 않지요. 

한과 한 상자
홍삼 한 박스
굴비 한 두름

추석이 지나도록
기다리던 아들 손자는 오지 않고
택배 아저씨만 들락날락합니다.
「택배」 전문

시인의 소중한 보물을 담아
시인은 산골 마을과 산골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보물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지루하고 따분해 보이는 산골 마을에는 작은 것에 행복해하는 꾸밈없는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시인은 마치 보물을 다루듯 소중하고 자랑스럽게 그들의 모습을 노래하지요. 여러분도 동시의 매력을 발견하고 시 속에 숨겨진 보물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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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옥(지은이) ㅣ 김민희(그림) ㅣ 북극곰


곡성 어린이들이 시와 그림으로 삶을 노래한 시화집, 『잘 보이고 싶은 날』

시와 그림이 지는 즐거움과 치유의 위력을 모두 선사하는 시화집
곡성 할머니들의 시집 『시집살이 詩집살이』를 잇는 두 번째 김선자 에디션

곡성 초등학교 아이들의 시화집이 출간되었습니다. 2016년 봄 『시집살이 詩집살이』 시집으로 감동과 놀라움을 선사한 할머니 시인들의 고장 곡성에서 이번에는 아이들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번에도 곡성교육지원청 순회사서이자 길작은도서관 관장인 김선자 선생님과 아이들의 담임 선생님인 채명옥 선생님의 지휘로 아이들은 시와 그림으로 맘껏 재능을 발휘했습니다. 시화집을 통해 아이들은 우리 모두가 타고난 시인이자 화가임을 가르쳐 줍니다. 아이들의 시는 우리를 웃기기도 하고 눈물 짓게도 합니다. 

곡성 어린이들이 시와 그림으로 삶을 노래하다
『잘 보이고 싶은 날』은 곡성 어린이들의 시와 그림을 모은 시화집입니다. 시를 쓴 어린이들은 김선자 관장님이 지도하는 독서 동아리 <다독다독>의 회원들입니다. 얼굴 그림은 채명옥 선생님이 담임을 맡고 있는 3학년 어린이들의 작품입니다. 두 분 모두 훌륭한 문학 선생님이자 미술 선생님입니다. 어린이들에게 시와 그림을 쓰고 그리는 ‘기술’을 가르친 게 아니라, 시와 그림을 쓰고 그리는 ‘즐거움’을 알려주었습니다. 『잘 보이고 싶은 날』에 실린 시와 그림에는 진솔한 감동과 어린이들이 느끼는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시와 그림이 지닌 즐거움과 치유의 위력을 모두 선사하는 시화집
『잘 보이고 싶은 날』에는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이, 어린이들이 쓴 시가 모두 살아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쓴 시는 대부분 거칠고 투박합니다. 아주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행간을 들여다보면 시를 쓰는 즐거움과 삶에 대한 애정이 넘칩니다.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 역시 아직 서툽니다. 또한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선과 표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림과 대상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열정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그래서 시화집 『잘 보이고 싶은 날』을 보면 누구나 시를 쓰고 싶고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시와 그림이 지닌 즐거움과 치유의 위력을 모두 선사합니다. 

우리는 모두 행복하기 위해 산다
『잘 보이고 싶은 날』의 어린이 작가들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시는 잘 쓰기 때문에 쓰는 것이 아니라 쓰고 싶기 때문에 쓰는 것입니다. 그림 역시 잘 그리기 때문에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리고 싶기 때문에 그리는 것입니다. 인생은 잘 살기 때문에 사는 것이 아니라 살고 싶어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사는 것입니다. 어린이들은 삶의 이유를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곡성 할머니들의 시집 『시집살이 詩집살이』에 이은, 두 번째 김선자 에디션
『잘 보이고 싶은 날』은 곡성 길작은도서관 김선자 관장님의 두 번째 에디션입니다. 앞서 김선자 관장님은 곡성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전해드리고 『시집살이 詩집살이』라는 아름다운 시집을 만들어내서 ‘에디터’로서 탁월한 역량을 선보였습니다. 이번에는 곡성군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곡성 어린이들과 독서 동아리 <다독다독>을 운영하며 시화집 『잘 보이고 싶은 날』을 만들었습니다. 김선자 관장님의 또 다른 직업은 전라남도 곡성군의 순회 사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