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얘기를 나누기에 턱 없이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터뷰는 시간이 갈수록 진지했다. 특히 정부의 부족한 도서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할 때는 현장에서 느끼는 사서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이용훈 전 관장님은 도서관뿐만 아니라 책을 사업 근간으로 삼고 있는 출판과 서점에 대해서도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었다.
공공도서관은 책을 빌려보는 데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책으로 ‘시민의 힘’을 키우는 일에 보다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페이크 뉴스(fake news)를 검증하려는 시민들의 호기심과 탐구욕을 해소할 수 있는 장소여야 하지요. 시민의 알권리를 단순히 개인의 요구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가 공유할 수 있는 데까지 확장해야 합니다. 도서관 역할을 얘기하면서 ‘시민의 힘’을 강조하는 데는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
18세기 시민혁명을 기점으로 정보의 대중화가 이루어졌는데, 특정 권력계층과 지식인의 전유물이었던 정보가 일반 시민에게 제공되기 시작한 거죠. 여기서 ‘Public Library’란 말이 생겨났으며, 이것은 곧 도서관 역할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지요. 시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도서관은 보다 대중적인 공간으로 변천해 왔습니다. 특히 공공도서관은 시민들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소중한 공간입니다. 옛말에 "생각하는 백성이 많으면 권력자가 피곤하다"고 했습니다. 도서관은 생각하는 시민들이 보다 주체적으로 자기 삶을 향유할 수 있도록 정보 검증을 도와야 합니다. 초•중•고등학교 도서관도 공교육의 일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은 이를 위해 일련의 작업을 수행하는데, 정보 확인 -> 판단 -> 행동으로 표출되며 스스로 시민의 힘을 키워나가게 됩니다.
시민과 학생이 도서관이라는 지식창고를 적극 활용할 때 도서관은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중심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행사를 하면 ‘휴관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할 수 있는 시민 의식이 필요합니다. 도서관 행사는 대부분 시민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것입니다. 물론 당연히 시민과 함께하는 축제여야 하지요. 도서관만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깨어있는 시민들이 함께 도서관을 바꾸고 즐겁고 행복한 독서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제한된 사서 인력만으로 알차고 훌륭한 행사를 치러내기엔 역부족인 것이 현실입니다. 지역주민과 함께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도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행사를 기획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참석시키기 위해 동분서주로 뛰어다니지요. 사서의 임무와 책임과 함께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응원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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