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이 평소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생활 수단은 무엇일까? 자동차? 신발? 신용카드? 스마트폰? 안경? 아마 정답은 언어일 것이다. 현대인은 많은 부분에서 언어를 사용한다. 혼자 생각할 때, 누군가를 만나 인사를 나눌 때, 통화를 할 때, 사람들을 사귈 때, SNS를 할 때, 모임에 나갔을 때, 문제나 갈등을 풀어야 할 때,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토론을 할 때, 설득을 해야 할 때, 연구를 할 때…….
현대인은 거의 언제나 언어를 사용한다. 보다 나은 문장을 구사하려고 애쓴다. 엄밀히 말하면, 더 좋은 문장을 구사하려고 애쓰지 않는 현대인이란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모두가 나름의 글쓰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다만, 머릿속 생각으로만 쓰는 경우와 종이 위에 문자로 쓰는 경우가 존재할 뿐이다.
본래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며, 생각은 언어, 즉 문장으로 만들어진다. 많은 생각이란 다양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생각이고, 깊은 생각이란 뜻 깊은 문장으로 만들어진 생각이다. 현명한 생각이란 현명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생각이다.
문장이 잘못되어 있거나 문장이 어수룩하거나 겉돌면, 그 사람의 생각도 행동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생각과 문장을 다듬는 글쓰기 훈련은, 현대인의 생존과 직결된 기술이다.
더 좋은 문장은 더 좋은 생각이고, 더 좋은 생각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때문에, 말 그대로 ‘복음’이다.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덕분에 내가 어릴 때 가장 자주 접한 책은 성경책이다. 성경에는 많은 복음들, 즉 좋은 생각문장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래서 중세 때 백성들은 일요일마다 교회에 나가 좋은 생각문장들을 접하는 행복을 누리려고 했다. 그때 성경은 라틴어로 되어 있어서 일반인은 성직자의 설교를 통해서만 겨우 전해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누구나 경전을 찾아 읽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누구나 더 좋은 문장을 다듬고 만들 수 있다. 굳이 경전을 빌지 않더라도, 경전에 버금가는 지혜를 담은 적잖은 책들이 출간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누구든 스스로 더 깊이 생각하면, 더 좋은 생각문장, 즉 복음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런 점에서 현대야말로 복음의 시대가 아닐까. 실제로 좋은 책을 읽다가 좋은 문장을 만나면 얼마나 기쁜가. 얼마나 뿌듯하고, 얼마나 벅찬가. 하물며 자기 스스로 좋은 문장을 구사하게 되면 또 얼마나 기쁜가. 얼마나 뿌듯하고, 얼마나 벅찬가.
그러나 모든 사람이 책을 읽고 모든 사람이 글 쓸 필요는 없지 않을까? 책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 또한 글쓰기와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
가령 축구선수라면 축구공을 잘 차야 하고, 만두집 주방장이라면 만두를 잘 빚어야 한다. 축구선수나 만두집 주방장이, 애써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잘 써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좋지 않은 생각을 가진 사람은 좋지 않은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
결국 기왕이면 좋은 문장을 많이 접한 축구선수가 그렇지 않은 축구선수보다 훌륭할 수밖에 없다. 기왕이면 더 좋은 문장을 많이 접한 주방장이 그렇지 않은 주방장보다 더 훌륭할 수밖에 없다. 더 좋지 않은 문장을 갖고 사는 사람은, 그 자체로 더 좋지 않은 생각을 갖고 사는 벌을 받는, 참으로 엄밀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면, 우리는 굳이 다른 사람에게 책을 읽어라 글을 써라 말할 필요가 없다. 나부터, 읽기 쓰기를 통해, 조금이라도 더 좋은 문장을 찾으려고 애쓰지 않을 수 없다. 마치 길바닥에 쏟아져 있는 금은보화를 보면 서둘러 줍게 되듯.
이만교
좋은 글을 좋아하고, 좋은 글 읽는 시간을 좋아한다. 글쓰기 책으로는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개구리를 위한 글쓰기 공작소』를, 소설로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 『머꼬네 집에 놀러올래』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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