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뭐했냐면요

꿈북저널, 책이 문화가 되는 길 2017. 3. 24. 16:21 Posted by 꿈꾸는 도서관

- <우리, 집(진주·진경 지음, 고래뱃속, 2015)>


사실 나는 엄청난 ‘집순이’다. ‘우리 집’만큼 안락하고 편안하고 조용하고 따뜻한 곳이 또 있을까? 표지만 봐도 졸음이 쏟아질 것 같은 《우리, 집》처럼 말이다.


나의 아이들도 생각이 비슷할 거라고 여겼다. 그리하여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았다. 나름 아이들과 미술놀이도 하고 소꿉놀이도 하고 영웅놀이도 하면서 말이다. 아직 어린 벚꽃양은 물론 활동량이 엄청난 일곱 살 고등어군도 큰 불만 없이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적어도 ‘그 종합장’을 보기 전까지는 그렇게 믿었다!



지난 2월, 고등어군이 만 4세 반을 졸업하며 그동안 어린이집에서 활동했던 학습결과물을 가져왔는데, 그중 하나가 ‘주말 지낸 이야기’를 정리한 종합장이다. 이런 걸 했었구나, 기특하면서도 귀여웠다. 또 왠지 모를 기대감이 생겨났다. 처음으로 아이의 그림일기를 보는 느낌이랄까? 우리 아들은 주말에 뭐 한다고 생각했을까?


작품명 : 주룩주룩, 비를 맞아봤어요(그림 상단의 ‘6’인지 ‘사과그림’인지 모를 기호(?)가 ‘비’란다!)



작품명 : 수영장에 가서 놀았어요(그림 주변에 물이 번져있는 이유는 수영장이라서 물을 칠했기 때문이란다.)
아이의 설명이 재미있어서 계속 넘겨보는데 고등어군이 쓴 일기 중에 자주 등장하는 글자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림도 비슷했다. 자세히 보니, 낱말이 아닌 문장이다.



(위 이미지를 누르시면 전체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 2010년을 기점으로 국가제사로 승격되어 점점 그 규모와 내용이 커지면서 국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는 사마천 제사의 모습(2015년)



고전의 힘은 현실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풀어나가는 지혜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데 있다. 나아가 미래를 위한 자기준비에 필요한 통찰력을 함께 선사한다. 역사서로는 아주 드물게 <사기>는 이런 고전의 반열에 올라 있는데, 이는 <사기>의 내용이 무엇보다 현실을 진단하는 힘과 역사의 미래 예견력을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사마천은 “술왕사述往事, 사래자思來者”라고 했다. “지난 일을 기술하여 다가올 일을 생각한다”는 뜻이다. 과거사를 보고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고 그에 대비할 수 있는 힘을 역사가 줄 수 있다는 점을 사마천은 이미 2천 년 전에 명확하게 인식했다.


21세기 대명천지에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국가 최고 통치자가 검찰에 불려나가 사법 처리를 기다려야 하는 참으로 부끄럽고 서글픈 일이 우리에게 발생했다. 사마천이 살아서 이 모습을 보았더라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그는 통치자의 자질과 관련하여 이런 명언을 남긴 바 있다.

“부지기군不知其君, 시기소사視其所使.”

“그 군주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거든 그가 부리는 사람을 보라.”

요컨대 통치자가 기용하는 사람, 즉 인사人事를 보면 그 통치자가 어떤 리더이며, 어떤 리더십의 소유자인 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에게 벌어진 이 부끄러운 국정농단의 씨앗은 우리가 그런 통치자를 선택했을 때 이미 뿌려진 셈이다. 왜 그런가? 사마천의 말은 “그 나라 사람이 어떤 사람들인지 모르겠거든, 그들이 뽑는 지도자를 보라.”라는 뜻으로도 얼마든지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 때문에 중국이 단단히 화가 났다. 보복이 본격화되었다. 중국인의 특성으로 보자면 보복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큰 나라가 너무 쪼잔하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이들이 많다. 광화문 광장에 나가 사드를 반대한다는 인증샷을 중국 쪽 기업에 보내는 자존심 상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어느 쪽이든 중국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정부의 한심한 태도다. 전략은 고사하고 당장 취할 수 있는 대책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바짓가랑이 붙들고 애원하면서 늘어졌지만 단칼에 무시당했다. 그럴수록 중국인의 감정은 악화된다. 이 단계가 지나면 혐오와 증오 그리고 천시로까지 악화될 수도 있다. 그나마 탄핵과 대선 날짜가 확정되면서 다소 수그러드는 기미지만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중국인의 복수심에 겁을 먹거나 놀라거나 미움을 갖는다. 문제는 중국인의 그같은 복수관의 뿌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두 나라의 관계는 풀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사마천의 <사기>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중국과 중국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특히 뿌리 깊은 중국인의 ‘은원관恩怨觀’을 심각하게 인식할 수 있게 한다. 중국의 속담에 “은혜와 원수는 대를 물려서라도 갚는다.”는 것이 있다. 중국인은 사소한 은혜라도 꼭 갚을 것이며, 사소한 원한이라도 잊지 않고 반드시 갚으라고 한다. 중국의 드라마나 영화의 밑바탕에는 거의 예외없이 이런 ‘은원관’이 깔려 있지 않은가? 은혜와 원수에 대한 중국인의 인식은 그것이 하나의 민족성이 되어 유전자 깊이 박혀 있다.


<사기>에는 이같은 은혜와 원수를 주제로 한 중국인 특유의 ‘은원관’에 얽힌 고사들이 수도 없이 많이 등장한다. 사마천 자신이 억울하게 옥에 갇히고, 사형 선고를 받고, 살아남기 위해 죽음보다 치욕스럽다는 궁형을 자청하는 천추의 한을 겪은 장본인이다. 뿐만 아니라 이같은 한과 울분을 글(역사서)로 복수하는 한 차원 승화된 ‘문화복수’라는 복수의 새로운 유형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이 때문에 그는 자신의 역사서 <사기>에다 은혜와 복수의 스토리를 깊이 아로새겨 인간의 본성을 통찰했던 것이다.

인간의 삶에 은원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을 어떻게 대하고 처리하느냐에서 차이가 날 뿐이다. 그래서 누구든, 어떤 민족이든 특유의 은원관이 생겨나 그것이 하나의 전통적 심리로 정착하기 마련이다. 중국인의 경우는 5천년 가까이 단절되지 않은 역사 속에서 다른 민족보다 한결 깊게 그같은 은원관이 형성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그런 관념을 알고 이해하면서 대책을 세우고 전략을 수립하는 일이 필요하다.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중국인 특유의 ‘은원관’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그저 은혜와 원한뿐 아니라 더 깊은 곳에 깔려 있는 ‘약속’과 ‘신뢰’라는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마음 속으로 한 약속도 지킨다.”는 말까지 있겠는가? 지금 중국이 우리에게 화가 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약속’과 ‘신뢰’가 깨졌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가장 먼저가 아니겠는가? 향후 대중국 관계를 맡을 사람들에게 <사기>나 관련된 책들을 차분히 읽으면서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곰곰이 되새겨보길 권한다. <사기>는 대단히 현대적인 역사서이다.



-글 김영수
중국 역사가 사성 사마천과 그가 남긴 불멸의 역사서 《사기史記》 연구가이다. 현재 한국사마천학회 이사장이며,우리나라 대표적인 《사기》 전문가로서 2007년 EBS 특별기획 '김영수의 《사기》와 21세기'를 강의 했다.<br/> 저역서로 《역사의 등불 사마천, 피로 쓴 사기》, 《사기의 경영학》, 《사기를 읽다》, 《사마천과의 대화》, 《태산보다 무거운 죽음 새털보다 가벼운 죽음》이 있으며 최근 저서로는 《절대 역사서 사기》가 있다.

욜라 즐거운 육아

꿈북저널, 책이 문화가 되는 길 2017. 3. 22. 11:24 Posted by 꿈꾸는 도서관


남자들의 군대 경험담만큼이나 마르지 않는 이야깃거리가 엄마들의 육아 경험담 혹은 육아 고생담 아닐까. 김혜율의 《욜라 즐거운 육아》(초록비책공방, 2017) 역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파란만장한 사연을 담은 책이다. 그런데 조금 독특하다. 일단 제목부터가 눈길을 끈다. ‘욜라 즐거운’ 육아라니! 제목만큼이나 위트 있는 저자의 입담이 글 곳곳에서 느껴진다. 그 뿐 아니다. 배꼽을 잡고 웃다 보면 어느새 뭉클하다. 독자를 들었다 놓았다 한다. 세 아이와 함께하는 그녀의 육아 이야기가 점점 궁금해진다.

"어느 겨울날 밤, 남편과 싸우고 홧김에 내복 바람으로 돈도 없이 집을 나갔었지. 하얀 눈송이가 하염없이 떨어지고 있었지. 집 앞 가로등 아래에서 한참 떨어지는 눈을 보고 있어도 남편이 안 따라 오길래 이대로 얼어 죽어버릴까 생각도 했었지. 아아, 하지만 난 잔잔한 꽃무늬 내복바지를 입고 있었어. 이런 차림으로 얼어 죽으면 신문에 나올 거고, 그럼 우리 부모님이 슬퍼하실 텐데." (본문 123쪽)

《욜라 즐거운 육아》를 읽기 시작하면서, 흔한 ‘육아 지침서’가 아닐까 지레짐작했다. 결국에는 ‘이렇게 아이를 키우세요.’ ‘좋은 부모는 이렇게 합니다.’와 같은 따분한 말들을 늘어놓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내가 잘못 짚었구나 싶었다. 이 책은 프로 엄마의 능숙한 육아기를 다루는 것이 아니다. 철없고 서툰 엄마의 고군분투기이자 성장기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오히려 찡하게 와닿는 부분이 있다. 더불어 남편과의 깨알 같은 에피소드가 구구절절하게 가슴을 두드린다. 마치 걸쭉한 막걸리 한 잔에 안주로 곁들인 오징어 파전 같다고나 할까.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마어마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그때마다 어디에 대고, 또 누구를 향해 스트레스를 풀겠는가. 떠오르는 상대는 단 하나, 남편뿐이다. 남편이 밉거나 싫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단단한 믿음 때문일 것이다.

"오늘은 바람이 참 이상도 하지. 마치 나를 위로해주기 위해 부는 것 같아. 알게 모르게 다치고 지친 내 마음에 '괜찮다. 다 괜찮아. 어른이 돼서, 엄마가 되어서 힘들지? 내가 안다. 다 안다. 넌 아직도 예전에 내가 만났던 아이, 눈물 많고 구름과 별을 자주 쳐다보던 아이인 걸 알지. 난 너를 만나러 왔어' 이렇게 말해주는 거 같다."

넘어질 듯 말 듯 하루하루를 견디다 보면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면서 보다 성숙한 엄마와 아내로 거듭난다. 문득 고진감래(苦盡甘來)란 성어가 떠오른다. 세상에 공짜는 절대 없는 법이니까. 힘든 시간 속에서 보람을 느끼고 행복한 미래를 설계해나가는 것, 그 안에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순간순간의 희열이야말로 참다운 육아의 결과가 아닐까. ‘메리, 욜라, 로’ 삼남매의 밝고 건강한 미래를 힘차게 응원해주고 싶다.

사서, 도서관 문화를 만들다

꿈북저널, 책이 문화가 되는 길 2017. 3. 20. 11:55 Posted by 꿈꾸는 도서관

사서, 도서관 문화를 만들다

이용훈 전 서울도서관 관장 특별 인터뷰 1부

 남쪽에서 올라오는 봄소식에 마음까지 설레이는 오후, 북카페 세렌북피티로 향하는 걸음이 가벼웠다. 카페로 들어서자 수수한 차림으로 책장마다 눈길을 주고 있는 분이 눈에 들어왔다. 이용훈 전 서울도서관 관장님이었다. 먼저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가볍게 근황을 전한 뒤 편안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평생 일선에서 '사서'라는 직업에 열정을 쏟았고, 지금은 '도서관비평가'라는 멋진 직업을 가진 분이다. 인터뷰 약속을 잡고, 질문지를 작성하면서 했던 고민들이 무색할 정도로 인터뷰 내용은 너무나 당연한 듯 '사서의 역할'과 '도서관의 역할'로 모아졌다.


사서는 책보기를 돕는 역할

사서의 역할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이용자 또는 지역 주민의 책보기를 돕는 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서는 도서관의 행정업무뿐만 아니라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해야 합니다. 저마다 다른 요구를 가진 이용자를 늘 만나야 하기 때문이지요. 어느 분야든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물론 책 읽기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되지요. 끊임없이 주민의 요구를 파악하여 그들이 원하는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해 주어야 합니다. 사서라는 직업은 정보 제공의 중계자이기 때문입니다.


전문지식을 전달하는 대학 도서관

대학 졸업 후 서강대학교 로욜라 도서관의 사서로 처음 일을 시작했습니다. 다른 도서관에 비해 서강대는 해외 선진 도서관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었어요. 도서관이 단순히 도서대여나 열람실을 운영하는 곳이 아니며, 사서에게도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곳에서 깨달았습니다. 대학도서관, 공공도서관, 학교도서관 등 각각의 역할에 맞는 사서의 자질이 필요한데, 특히 대학도서관은 보다 전문적이고 폭넓은 지식을 갖추어야 하지요. 전공 분야를 깊이 있게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과 연구자들의 책보기를 도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도서관은 특별하다

 도서관은 방문자들의 "왜"라는 질문을 받는 곳입니다. 사서는 "왜"라는 질문을 하는 이용자에게 가장 적합한 정보를 근거로 책을 찾아주어야 합니다.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 "왜"라는 질문을 받고, 그에 대한 답을 해주는 것은 몹시 피곤한 일이지요. 그러나 사서는 이러한 어려운 점을 극복해야 하는 전문인입니다.

이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지역에도 해당합니다. 지역의 도서관은 그 지역에 적합한 "왜"라는 질문에 충분히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사서가 모든 질문에 대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어느 특정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질문하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학습하고 분석하여 그 도서관만의 '컬렉션'이 될 수 있도록 정보와 경험을 축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셜픽션, 사이언스픽션 등 보다 다양한 분야의 컬렉션 확장이 필요하고 이것은 결국 도서관 사서가 우리 문화공유의 조력자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역 도서관에 모든 도서가 있을 리 만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용자가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는 요구가 있을 경우 수고스럽지만 '상호대차'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상호대차 서비스는 이용자가 원하는 자료가 해당 도서관에 없을 경우, 협약을 맺은 다른 도서관에 신청하여 소장 자료를 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도서관 자료 공동 활용 서비스입니다. 진정한 사서라면 시민이 필요로 하는 부분은 결코 손을 놓아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무거운 사서의 역할에 어깨가 짓눌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정부 부처의 더 세심한 정책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순환사서나 전담사서 제도가 일부 도서관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실제로 사서의 '순환보직'은 근본적인 지원 정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서의 역할에 악영항을 미치는 정부정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식의 축적, 시간의 축적

사서는 전문적인 지시그이 축적, 시간의 축적에 바탕을 둔 고품의 서비스로 시민에게 다가가는 독특한 특징의 직업입니다. 2~3년 이상 전문부야의 업무를 하면서 프로그램 운영 및 행사 진행 노하우를 보유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시민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더욱 훌륭한 컬렉션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서가 2~3년의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보직변경'이라는 공무원의 보편화된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어린이 전문도서의 사서가 갑작스레 경제·경영분야 혹은 관리분야 등으로 보직발령이 난다면 그동한 쌓아온 시간의 축적은 그저 경험으로만 남고 초기화(리셋:Reset)상태가 됩니다. 이것은 사서의 효율성 면에서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공공기간의 일반적인 삼각형 구조의 조직체계가 아니라 직사각형 구조로 변화해 간다면 사서로의 더욱 깊은 사고와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서, 시민의 문화공간을 만들다

 공공도서관은 국가가 시민을 위해 만든 문화공간입니다. 현재 국내에는 1,000여 개의 공공도서관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도서관 사서는 시민들 곁으로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도서관 사서는 시민들 곁으로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책임만 남고 권한은 적은 것이 사실입니다. 항상 예산은 부족하고 필요한 물품은 날이 갈수록 많아집니다. 모든 것이 부족한 데서 시작하지만 주어진 예산에서 알차게 꾸려가는 것도 사서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각 도서관 나름의 운영방식이 있겠지만, 많은 사서가 녹녹치 않은 환경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잘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용인의 느티나무도서관(사립) 운영을 보고 사서의 꿈꿀 권리가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도서관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박영숙 관장의 바람처럼 전국의 모든 사서들이 업무에 지쳐 책과 사람이 일로만 보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다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꿈을 꿀 수 있길 소망합니다. 


인터뷰 진행을 위해 장소를 제공해 주신 북카페 세렌북피티 김세나 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이용훈 전 관장님의 인터뷰 2부 "도서관 시민의 문화를 만들다"는 조만간 커버스토리로 게재될 예정입니다.


-글 이용훈

도서관 문화비평가. 이병복 참사서상을 수상하였고, 30여년 동안 도서관과 사서직 발전을 위해 역동적으로 활동하였다. 초대 서울도서관 관장직을 역임했으며, 앞으로 한국도서관협회 신임 사무총장직을 맡아 도서관 발전에 힘쓸 예정이다. 

고구마구마



세상에서 가장 웃긴 고구마 이야기로 온 세상이 들썩들썩!

꼼꼼한 관찰과 상상력과 재치가 빚은 요절복통 그림책!

웃으며 넘기다 보면 볼품없어 보이는 고구마의 참 매력이 쑤욱!


세상에서 가장 웃긴 고구마 이야기가 나왔구마!

표지부터 웃깁니다! 깔끔하고 잘생긴 먹을거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촌스러움이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열어 주지요. 제목도 그냥 고구마가 아니라 고구마구마? 표지를 넘기기도 전에 이 고구마들이 어떻게 나를 웃겨 줄까 하고 벌써 기대를 하게 만드는 그림책입니다.

첫 그림책으로 《가래떡》을 펴낸 사이다 작가가 먹을거리를 소재로 한 두 번째 그림책 《고구마구마》를 잘 익혀서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밭에서 고구마를 수확하며 살펴본 고구마들의 생김새들이 머릿속에 술술 떠올라 신나게 만든 이야기입니다. 그럼 첫 장을 열어 볼까요?

고구마 덩굴이 주렁주렁 자랍니다. 기다란 덩굴을 쭈욱 뽑아 올려 보니 가지각색 고구마들이 쑤욱 머리를 들어 올리네요. 이제 고구마들이 인사할 차례입니다.


‘고구마는 둥글구마.’ ‘고구마는 길쭉하구마.’ ‘크구마.’ ‘작구마.’

고구마의 생김새들이 이렇게 재미있구나 하고 책장을 넘깁니다. 둥글구마, 길쭉하구마, 크구마, 작구마 하고 말하는 우리 입이 톡톡 쏘는 사탕을 먹는 듯 톡톡 튀네요. 다음 장을 넘기면 아무리 안 웃고 싶어도 안 웃을 수가 없습니다.

허리가 굽은 고구마, 배가 불룩한 고구마, 온 몸에 검은 털이 숭숭 난 고구마, 겨우 하나 난 털을 뽑고 있는 고구마, 조금 험상궂은 고구마. 이런 고구마들이 하나같이 부끄러워하는 모습도 없이 당당하게 “나도 고구마구마!” 하고 말하며 자신을 뽐내는 것 같거든요.


못생겨도, 이상하게 생겨도 고구마는 모두 맛나구마!

이제까지 고구마들의 소개를 보았다면, 이제 이 고구마들이 얼마나 맛난지 맛볼 차례입니다. 
고구마 잔치 한번 열어 볼까요? 
고구마는 쪄 먹어도 맛있고, 구워 먹어도 맛있습니다. 기름에 잘 튀겨 먹으면 아삭아삭 씹는 맛이 끝내주지요. 잘 익은 고구마는 밤빛 껍질을 살짝 벗겨내면 황금빛 속살을 드러냅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속살을 호호 불어가며 먹다 보면 겨울 추위쯤은 싹 물러가 버리지요. 
살짝 탄 고구마는 꿀보다 더 달콤하고요, 말랑말랑한 고구마는 이가 없는 할머니도 맛나게 드실 수 있답니다.
하지만 조심하세요. 이렇게 고구마를 맛나게 먹고 나면 반드시 생기는 일이 있답니다. 먼저 우리 배가 빵빵하게 불러 옵니다. 그런 다음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 슬슬 일어나지요. 그것은 바로, 고구마 방귀입니다. 고구마 방귀 맛을 한번 보면 그 지독함은 평생 잊을 수 없습니다. 고구마 방귀를 뀌고 나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우리 옛이야기에 나오는 며느리 방귀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아마 그런 일과도 비슷할 거예요. 정말정말 궁금하면 얼른 그림책을 펼쳐 보세요.


재치와 웃음 속에도 따뜻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마음이 담긴 그림책

사이다 작가는 이런 고구마를 맛있는 먹을거리로만 바라보지는 않습니다. 작가는 고구마처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일수록 그만큼 누군가는 아파할 수 있다는 얘기를 살짝 숨겨 두었습니다. 우리는 아주 작은 상처만 나도 많이 아파합니다. 하지만 고구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칼로 자르고 입으로 베어 먹어도 아픈 느낌을 모를 수 있겠지요. 우리 옛 어른들은 돌이나 여린 풀에게도 마음이 있다고 여겼습니다. 마당 어딘가에 사는 보이지 않는 벌레들을 헤아려 뜨거운 물도 함부로 버리지 않았으니까요. 
또 사이다 작가는 어딘가는 나와 다르게 생겼어도,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는 조금 이상해 보여도, 저마다 숨겨둔 빛을 발할 때가 있다는 말을 이 그림책을 보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었나 봅니다. 여러분은 마음속에 어떤 빛을 품고 있나요?


사이다
잘 안 보이는 세계에서 두 딸의 엄마로 살고 있습니다. 여느 엄마들처럼 날이면 날마다 엄청나게 위대한 일을 아무도 모르게 하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제 머릿속 상상과 생각들을 보이게 만드는 일도 합니다. 첫 그림책 《가래떡》에 이어 《고구마구마》를 보여 드립니다. 어린아이처럼 지극히 작고 연약한 것들에게도 나름의 힘이 있습니다. 
볼품없어 보이지만 그 속에 빛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품고 있거든요. 고구마처럼요.

선생님도 1학년, 송이도 1학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를 위한 책 이야기

저는 3월이 두려우면서도 기다려집니다. 첫째 아이가 입학을 하거든요. 생각만 해도 제가 더 떨리고 긴장됩니다.


‘우리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하면 어쩌지?’
‘학교생활을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에 걱정이 꼬리를 물어요. 그래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친구들에게 꼭 필요한 책을 찾아보았어요. 입학 준비 도서는 대략 세 가지 테마로 묶여요. ‘담임선생님’, ‘짝꿍’, ‘입학 지침서’ 정도로요. 여러 책들을 살펴보니 기존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책들이 ‘입학지침서’에 해당하는 책들이었어요. 이런 걸 준비해라, 이런 게 필요하다, 이럴 땐 이렇게 해라 조목조목 알려주는 책들이었지요. 그런데 먼저 학부모가 된 친구들의 조언을 들어보면, 1학년 입학한 아이들에게 가장 큰 고민과 두려움은 ‘짝꿍’과 ‘담임선생님’이었어요. 이 고민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날 수 있는 책이 있어 소개합니다.


김수정 ㅣ 안성하ㅣ 책고래


먼저 《선생님도 1학년》이에요. 이 책의 주인공인 방글 선생님은 우리 아이들처럼 학교에 막 부임한 신입, 왕초보 선생님이에요. 천방지축 1학년 아이들과 왕초보 선생님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유도 없이 울음을 터뜨리는 혜인이, 쉬는 시간마다 학교 탐험에 나서는 우주. 우리 아이들 모습이지요. 방글 선생님은 삐뚤삐뚤 혜인이 머리를 도깨비처럼 묶어주고, 복도에서 뛴다고 교장선생님한테 꾸중을 들으면서도 우주를 찾아다녀요. 그뿐인가요? 함께 딱지치기도 하고요, 솜씨는 없지만 운동회날 아이들을 위해 김밥을 싸지요. 좀 서툴고 어리숙해 보이면 어때요? 아이들에겐 최고로 신나는 선생님인데요. 이렇게 진심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담임선생님만 있다면 걱정 없을 것 같아요. 사실, “선생님도 너희와 똑같아!”라는 말은 두려움에 떨고 있을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큰 위안을 준답니다.


                                              정이립 ㅣ 신지영 ㅣ 바람의아이들


  학교에서 새로 만나게 되는 ‘짝꿍’은 아이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요? ‘짝꿍’ 혹은 같은 반 친구 문제로 고민할 우리 아이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은 《1학년 3반 김송이》입니다. 송이는 표현이 거칠고 자신과 다른 짝꿍을 싫어했지만 차츰 마음을 열게 되지요. 결국 아이들에게 짝꿍은 단순한 친구가 아닌, 처음으로 겪어내야 하는 ‘관계’의 시작입니다. 담임선생님과 더불어 좋든 싫든, 엄마 외에 가장 가까이 지내야 하니까요. 우여곡절 끝에 짝꿍과 정말 단짝이 되는 송이처럼 우리 아이들도 좌충우돌 이런저런 사건을 겪으면서 친구를 만들어 가겠지요.


이렇게 엄마 외의 사람들, 담임선생님과 짝꿍이 있는 곳이 바로 ‘학교’입니다. 혼자 챙겨야 할 것도 많고 혼자 해내야 할 것도 많은 곳이지요. 어쩌면 아이에게 학교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면 조금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제 3월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온 가족에게 낯설게 될 첫 등굣길. 이런 책들을 읽으며 “괜찮아. 모두가 다 새롭고 처음이란다. 넌 할 수 있어.”라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건 어떨까요?


유기농 서점 <타샤의 책방>의 시작은 어땠을까?



-기억되고 싶은 책방 이야기

‘타샤 튜터’를 아시나요? 할머니가 되어서도 꾸준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던 동화작가이자 그림작가입니다. 《타샤의 정원》을 보면 타샤의 자연친화적인 삶을 엿볼 수 있어요. 
저는 그녀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동네 책방인 <타샤의 책방> 역시 타샤 튜터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오랫동안 하면서 건강하게 지내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이름 짓게 되었지요.


<타샤의 책방>이 문을 연 지도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많은 분들이 의미 있는 만남과 재미있는 행사를 많이 하는 동네 책방으로 기억해 주시는 것 같아 기쁩니다. 사실 책방을 열게 된 것은 우리 아이들 때문이었어요. 아이가 세 명인데 동네에 서점이 없었거든요. 좋은 책을 보여주고 싶어서 대형 서점을 찾아가면 아이들이 골라오는 책은 대부분 장난감이 함께 들어 있는 책이거나 자극적인 만화책이었어요. 도서관에도 자주 가 보았지만 명작동화가 요약되어 있는 그림책을 많이 보려고 해서 아쉬웠지요.


‘왜 좋은 책만 가득한 서점은 없을까? 어떻게 하면 부모와 아이 모두가 만족할 만한 책을 접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때마침 세 아이의 육아로 출판사 편집장 자리를 그만 두게 되었습니다. 저는 유기농 음식점이 있듯이 유기농 책방을 내보자 결심하였고, 멋진 인테리어보다 친환경 자재를 사용한, 그리고 좋은 책이 다양한, <타샤의 책방>의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시작은 유기농 책방에 대한 갈망에서였지만, 운영을 하면 할수록 떠오르는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초방책방’과 ‘크레용하우스’입니다.




  ‘초방책방’을 접했던 것은 제가 어린이책 편집자로 있었을 때입니다. 1990년대 초에 문을 연 곳으로, 어린이책 판매와 전시를 겸하면서 외국 번역그림책이 대세였던 그 시절에 국내그림책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그림작가 워크샵도 진행하던 곳이었지요. 새내기 편집자였던 당시, 저에게 초방책방은 그야말로 이상적이고 멋진 공간이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일까요? <타샤의 책방>에서도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 워크샵을 진행하며 4개월 동안 진행된 글과 그림으로 양장 그림책을 제작합니다. ‘이렇게 그림책을 만든 어린 친구들이 훗날 진짜 작가가 되어 <타샤의 책방>에서 출간기념회도 갖고 원화전시회도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을 가지고요.

그림책 원화전시를 하는 계단형 공간, ‘다락방’ 역시 초방책방의 영향을 받은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그림책을 파는 곳이 아닌, 미래의 작가를 키우고 원화를 전시하여 독자와 저자가 만남을 가졌던 초방책방처럼, 저도 ‘다락방’에서 매달 원화를 전시하고 기획하며 그림책 작가들이나 출판사 편집자와 자주 미팅을 갖고 있거든요.

‘크레용하우스’는 사실 처음 <타샤의 책방>을 오픈할 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곳이었어요. 크레용하우스는 어린이전문서점으로, 20년 전 동경도서전 출장을 갔다가 방문했던 곳이었거든요. 1층에는 서점이, 2층에는 친환경 장난감이, 3층에는 여성에 관한 책과 소품이, 그리고 지하에는 유기농 식품과 레스토랑이 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곳은 주로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시장 보러 나왔다가 서점도 들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어요. 이런 크레용하우스가 최근 자주 생각이 나는 이유는, 아마도 <타샤의 책방> 역시 같은 건물에 유기농 식당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3층 우리 책방에서 책을 보던 엄마와 아이들이 2층으로 내려가 밥을 먹고 근처 공원의 놀이터에 가서 신나게 놀거나 산책을 하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기억 속에만 자리 잡고 있던 특별한 공간이 현실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지요.

이제 저는 다른 꿈을 꾸어 봅니다. 제가 그랬듯, 다른 책방의 주인이 우리 <타샤의 책방>에 영향을 받아 시작했다는 인터뷰 소식이 들려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요.


- 글 김현정



옹고집과 또 옹고집과 옹진이


가짜가 진짜가 되고, 진짜가 가짜가 되다!

고약한 심술에 남 잘되는 건 절대 못 보고, 저만 옳다 쇠고집으로 우기는 천하에 몹쓸 옹고집! 옹담창이라는 멀쩡한 이름을 두고도 옹고집이라 불리니 얼마나 못된 심술보를 가졌을꼬!

동냥 오는 거지에게는 “남의 귀한 곡식을 네 것처럼 여기는 심보를 가졌으니 너야말로 도둑놈이로다.” 하면서 사정없이 몽둥이찜질을 해서 내쫓고, 또 지나가는 사람이 좋은 옷을 입은 것 같으면, “저 옷은 내 옷인데……. 내가 아껴 입으려고 장롱 안에 넣어둔 그 옷이 분명하다니까.” 하고 머슴을 시켜 마구잡이로 발가벗긴단 말이지. 어허! 세상 누구 하나 좋다는 사람이 없으니, 아무리 많이 가졌대도 누구의 마음도 못 가진 이가 또 옹고집일세.


어디 이런 옹고집이 먼 과거 조선시대에만 있었을까? 손 안의 인터넷으로 정보의 민주화가 이루어진 요즘 시대에도 현대판 옹고집들이 판을 치고 있구나!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도, 높은 빌딩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도 차고 넘치는 게 재물이지만 갈퀴로 낙엽 모으듯 박박 돈을 긁어모으려 하고, 하늘 아래 제가 제일 높을 줄 알고 누구에게든 안하무인일세!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나! 세상 제일 값비싼 보석도 사람보다 귀하지 않다네.



“참된 재복은 가진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베풀 것이 많으니 나누고 또 나누어 함께 살고자 하는 것! 그 하늘의 뜻을 실천할 기회를 지닌 것이 바로 재복인 것을…….”

세상 제일 못된 옹고집을 따끔하게 혼낸 학 대사 말이 옳구나 옳아! 가진 것이 많으니 나눌 것도 많은 것이 진짜 재복이지! 암, 그렇고말고!    


우리 고전 《옹고집전》을 새로 써서 진정한 부와 나눔의 가치,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다


《옹고집전》은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는 작자 미상의 한글 풍자 소설로, 판소리 열두 마당 중 하나였어요. 조선 후기, 화폐경제가 발달하면서 오직 부만 쫓고 인정을 저버린 사람들이 많아지자 이에 대한 반감으로 나온 작품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