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산타는 없지요?

꿈북저널, 책이 문화가 되는 길 2017. 5. 22. 15:59 Posted by 꿈꾸는 도서관


얼마 전, 고등어군이 우연히 호루라기 하나를 갖게 되었다. 저녁 일곱 시가 넘은 깜깜한 저녁인데도 불구하고 ‘득템’한 것이 좋았는지 계속해서 불어댔다. 그 모습을 보시던 외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고등어군아, 밤에 피리 불면 뱀 나온다.”

그러자 고군이 말끔한 얼굴로 물었다.

“왜요?”

내가 키득키득 웃으며 아이들 외할아버지에게 말했다.

“너무 올드한 말씀이신 거 아녜요?”

그렇지 않은가. 어릴 적 시골 마을에서 살았던 아이들 외할아버지야 밤에 피리 불면 뱀 나온다는 말이 꽤 그럴듯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정말 창호지 문틈으로 뱀이 기어들어 올 수도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도심에서 사는 요즘 아이들에겐 당최 뱀이 어디서 어떻게 튀어나온다는 건지 의문이 일 법한 말이 아닐까.

하지만 외할아버지는 오랜만에 이야기할 상대가 생겨서 신난 듯 고등어군에게 말을 이었다.

“옛날에 할아버지의 할머니가 그러셨거든? 밤에 피리 불면 몽당귀신이 뱀 불러들인다고. 진짜야. 뱀 나온다니까?”

외할아버지의 눈이 커지자 고등어군도 함께 눈이 동그래진다. 사실 나는 고등어군이 나처럼 “에이, 거짓말!”이라고 말할 줄 알았는데 사뭇 진지하다. 그러더니 창가를 살핀다. 아이의 모습에 순간, 이 그림책이 떠올랐다.

<사자삼촌>! 고등어군 같은 녀석이야말로 《사자삼촌》의 사자삼촌을 믿는 게 아닐까? 미리 말해두지만 그렇기에,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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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화요란

꿈북저널, 책이 문화가 되는 길 2017. 5. 12. 17:48 Posted by 꿈꾸는 도서관


여성을 꽃에 비유한다면 어떤 시기를 의미할까? 잔화요란은 꽃이 떨어지기 전 가장 아름답게 만개한 모습의 꽃을 가리킨다고 한다. 그렇다면 여성에게는 어떤 시기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일까? 나의 삶에서도 꽃이 활짝 폈던 시절이 있었던가를 떠올려 본다. 결혼하기 전이 그래도 가장 빛나던 날들이 아니었나? 그런 생각을 하며 읽기 시작한 《잔화요란》은 결혼 전후 세 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 가지 시선으로 결혼에 대해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이 책은 세 여성의 전혀 다른 결혼관을 통해서 현대 여성들의 파편적이고 혼란스러운 정체성을 그린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른바 ‘비혼의 시대’, 결혼보다는 일을 선택하는 여성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 소설에 등장하는 세 여인도 행복한 결혼 생활에 대한 환상보다는 결혼이라는 제도에서 비롯된 현실적인 문제들로 고민이 깊다. 이제 막 결혼을 하는 예비신부 리카, 그녀를 도와 결혼준비를 하는 두 여성 이즈미와 마키는 서예교실에서 만난 동료이다. 결혼과 동시에 회사를 그만두는 리카는 예비신부치고는 차분하고 조용하다. 남편을 사랑해서 결혼한다기보다는 어딘가 현실도피적인 느낌이 든다. 그녀에게는 말 못할 비밀이 있었는데, 상사 카와사기와 내연관계였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카와사기의 아내 미츠코는 조카나 다름없는 케이치를 리카에게 소개하고 두 사람은 첫 만남 이후 결혼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하게 된다. 리카는 카와사기와의 불륜을 통해 관계의 불안을 느껴왔고 케이치를 만나면서 결혼이라는 안정된 피난처를 택하게 된 것이다. 주체적이고 독립적이진 못하지만 사회에서 바라는 순종적인 여성상에 가장 가까운 여성이 바로 리카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인지 리카는 케이치가 결혼 전 서예교실 동료 마키와 섹스파트너였다는 사실을 알고도 문제 삼지 않는다. 그녀에게는 결혼이라는, 하나의 보호막이 필요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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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어떻게 해서 시를 쓰게 되었는지에 대해 〈시〉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시를 억지로 마음먹고 쓴 것이 아니라 시의 여신 뮤즈가 찾아와서 자연스럽게 시를 쓰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를 쓰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시가 나를 찾아왔지, 시심이 없는 사람에게 시가 오지는 않습니다.


여러분은 시를 쓰고 싶은 생각이 든 적이 분명히 있었지요? 시가 어렵기만 하던가요? 올해가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이라고 국내는 물론 일본과 중국 연변에서도 행사들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시인은 스물여덟 한창 나이에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새벽녘에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절명했지만 그의 고결한 정신은 밤하늘의 별처럼 우리들 마음에서 등대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시집에 난해한 시는 없습니다. 동시도 꽤 많지요.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 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30편에 달하는 윤동주의 동시 중에는 애잔한 슬픔과 그리움의 정서가 담겨 있는 것이 많습니다. 〈편지〉라는 동시에 나오는 “누나 가신 나라”는 하늘나라인 것 같아요. 누나의 부재도 아픈 현실이지만 누나를 잃은 동생의 마음, 누나를 그리워하는 동생의 마음이 우리에게 아픔을 전해줍니다. 윤동주의 동시를 한 편 더 봅니다.

“빨랫줄에 걸어논/ 요에다 그린 지도/ 지난밤에 내 동생/ 오줌 싸 그린 지도// 꿈에 가본 엄마 계신/ 별나라 지돈가?/ 돈 벌러 간 아빠 계신/ 만주 땅 지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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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찬란한 순간을 떠올리면 저는 가장 먼저 벚꽃이 떠오릅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벅찰 만큼 아름답지만 만남이 너무나 짧아 아쉬움이 앞서기도 하는 꽃이지요. 어쩌면 봄이 그런 계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봄의 모습’을 아이들과 함께 보기 위해 책을 펼쳤습니다.


《똑똑똑, 택배 왔어요》는 표지부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실제로 아이들은 택배 상자가 도착하면 가장 먼저 풀어보려고 하지요. 꽁꽁 감춰진 상자 안에 무척 재미있는 것이 들었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엄청나게 바빠 보이는 여우 배달부는 주인공 ‘봄이’ 앞으로 온 택배를 배달하고는 쏜살같이 사라집니다.


‘봄이’가 상자를 살펴보고 있는데, 근처에 살고 있던 토끼가 달려왔습니다. 택배 아저씨의 목소리 때문에 잠이 깼다면서요. 네, 아저씨들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죠.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일까요?

어쨌거나 토끼와 봄이는 먼저 택배 상자에 귀를 가져다대며 이게 무얼까 생각에 잠깁니다. 그때 상자 안에서는 휘잉, 하는 바람 소리가 들리는군요.


잠시 후, 다람쥐도 ‘봄이’ 집에 들어옵니다. 토끼와 마찬가지로 여우 배달부 때문에 잠에서 깼다며 함께 택배 상자를 살펴보지요. 좋은 냄새가 난다고 코를 킁킁거리기도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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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가의 질문

꿈북저널, 책이 문화가 되는 길 2017. 4. 10. 17:02 Posted by 꿈꾸는 도서관


혁신은 숨겨진 물음표를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나와 세상을 변화시키는 WHY, WHAT IF, HOW의 기술

“의문을 지닌 채 현재를 살아라.
그러면 나도 모르게 먼 훗날 대답을 지닌 채 살아갈 날이 올 것이다.”_라이너 마리아 릴케

대한민국에서 질문이 사라졌다. 2010년 서울 G20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기자들에게 질문하기를 요청했다. “누구 없나요? 아무도 없나요?” 하지만 침묵은 이어졌고, 어느 누구도 질문하려고 하지 않았다. 질문이 사라진 교실, 질문이 사라진 대한민국, 왜 우리는 질문하기를 어려워하는가? 질문하지 않는 국민은 세상을 바꿀 수 없다.

《혁신가의 질문》의 저자 질문디자인연구소 소장 박영준은 혁신은 마음속에 숨겨진 물음표를 찾아내는 것으로 시작된다고 말한다. ‘왜, 만약 ~한다면, 그리고 어떻게’라는 익숙한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것이 아닌, 바로 그 궁금함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방법으로 제시한다. 나를 변화시키고, 내가 속한 공동체를 변화시키고,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가기를 희망하는 모든 사람에게 다시 질문이라는 키워드를 던지고 있다.

WHY_ 왜 다시 질문인가?


우리는 ‘질문이 중요하다!’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교실에서는 질문이 사라졌고, 기업에서도 질문은 사라진 지 오래다. 효과적으로 공부하고, 효과적으로 일하라는 압박 속에 그저 주입하고 명령만 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창의성을 강조하고, 혁신하라고 말한다. 창의적인 생각과 혁신에 대한 아이디어는 누군가의 지식을 그대로 전달받을 때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엉뚱하더라도 ‘왜?’라고 물었을 때 ‘왜’의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 아인슈타인은 ‘중요한 것은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생각을 가두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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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얘기를 나누기에 턱 없이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터뷰는 시간이 갈수록 진지했다. 특히 정부의 부족한 도서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할 때는 현장에서 느끼는 사서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이용훈 전 관장님은 도서관뿐만 아니라 책을 사업 근간으로 삼고 있는 출판과 서점에 대해서도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었다.

공공도서관은 책을 빌려보는 데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책으로 ‘시민의 힘’을 키우는 일에 보다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페이크 뉴스(fake news)를 검증하려는 시민들의 호기심과 탐구욕을 해소할 수 있는 장소여야 하지요. 시민의 알권리를 단순히 개인의 요구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가 공유할 수 있는 데까지 확장해야 합니다. 도서관 역할을 얘기하면서 ‘시민의 힘’을 강조하는 데는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


18세기 시민혁명을 기점으로 정보의 대중화가 이루어졌는데, 특정 권력계층과 지식인의 전유물이었던 정보가 일반 시민에게 제공되기 시작한 거죠. 여기서 ‘Public Library’란 말이 생겨났으며, 이것은 곧 도서관 역할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지요. 시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도서관은 보다 대중적인 공간으로 변천해 왔습니다. 특히 공공도서관은 시민들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소중한 공간입니다. 옛말에 "생각하는 백성이 많으면 권력자가 피곤하다"고 했습니다. 도서관은 생각하는 시민들이 보다 주체적으로 자기 삶을 향유할 수 있도록 정보 검증을 도와야 합니다. 초•중•고등학교 도서관도 공교육의 일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은 이를 위해 일련의 작업을 수행하는데, 정보 확인 -> 판단 -> 행동으로 표출되며 스스로 시민의 힘을 키워나가게 됩니다.

시민과 학생이 도서관이라는 지식창고를 적극 활용할 때 도서관은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중심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행사를 하면 ‘휴관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할 수 있는 시민 의식이 필요합니다. 도서관 행사는 대부분 시민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것입니다. 물론 당연히 시민과 함께하는 축제여야 하지요. 도서관만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깨어있는 시민들이 함께 도서관을 바꾸고 즐겁고 행복한 독서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제한된 사서 인력만으로 알차고 훌륭한 행사를 치러내기엔 역부족인 것이 현실입니다. 지역주민과 함께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도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행사를 기획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참석시키기 위해 동분서주로 뛰어다니지요. 사서의 임무와 책임과 함께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응원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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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책

꿈북저널, 책이 문화가 되는 길 2017. 3. 30. 12:03 Posted by 꿈꾸는 도서관


나는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다. 겁이 많고 다부지지 못해서, 생애 첫 친구도 어머니가 만들어주셨다. 어머니는 소꿉놀이하는 동네 또래들 속에 나를 앉히고는 빨간 벽돌로 고춧가루 곱게 빻아 주며 로비를 하셨다. 처음. 시작. 나를 움츠러들게 하고 땀나게 하는 단어들이다. 어쩌면 매일의 오늘이 처음이니 날마다 긴장한 채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앞서가는 사람들의 속도에 놀라고, 부족한 처세에 마음이 허기질 때면 나는 동화를 읽었다. 동화란 나에게 세상의 치타 질주를 펭귄 걸음으로 쫓다가 발목이 욱신거릴 때면 눕게 되는, 광목에 풀 먹여 홑겹으로 시친 이부자리 같은 것이다.


오랜 동화 읽기는 자연스럽게 ‘동화를 쓰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7년 전 어느 날 나는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읽기와 쓰기는 달랐다. 오랜 친구 같던 동화가 막상 쓰기 시작하자 새 학기 처음 만난 옆자리 동무처럼 낯설었다. 많이 읽으면, 많이 쓸 수 있고, 좋은 동화를 읽으면, 좋은 동화를 쓸 수 있다는 말을 공식처럼 믿었지만, 공식은 공식일 뿐 실전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도움이 된 건 친구들이었다. 정기적으로 만나 합평을 하고, 맥주잔을 사이에 두고 동시를 읊어 주는 친구들에게 위로 받으며 지난한 시간을 함께 버텼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피워낸 이야기꽃이 세상 밖에서 사람들과 만나기를 소망한다. 2016년 봄, 나에게도 오랜 소망의 기회가 찾아왔다. 나의 첫 책 <고릴라 미용실>의 출판 제의를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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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지도를 들고 서울을 걷다

꿈북저널, 책이 문화가 되는 길 2017. 3. 28. 09:54 Posted by 꿈꾸는 도서관

우리는 시간을 그 자체로 느끼지 못한다. 공간에 남겨진 흔적을 통해 시간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옛 지도를 들고 서울을 걷다'의 저자 이현균은 장소에 남아 있는 시간의 흔적을 보기 위해 떠나는 것이 역사지리 답사라 말한다.


그의 말을 듣고 흔적의 의미를 생각한다. 역사는 계속 상상으로 이야기를 이어가야 하기에 어떤 면에서는 공허한 반면 지리 답사는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을 한다. 저자에 의하면 답사는 두 가지로 나뉜다. 책에서 본 내용을 확인하는 것과 장소 자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접하는 것이다.

문화를 인간이 자연에 변화를 주는 것, 인간이 자연에 어떻게 그리고 왜 손을 댔는지를 찾는 문제로 설명한다.(12, 13 페이지) 문화사는 결국 왕조사, 시대사, 연대기별 역사 해석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 수단이 될 것이다. 답사에서 중요한 것은 장소가 하는 말에 귀기울이는 것이다.(15 페이지)


답사의 첫 걸음은 스스로 답사 경로를 짜는 것이다. 권장하는 답사는 지역에 존재하는 다양한 시간을 발견하는 방식이다. 답사하는 과정에서 현대부터 거슬러 올라가 고대까지 자연스럽게 접하는 방식이다.(16 페이지)

저자는 개별 장소보다 도시나 지역 전체를 조망하는 경로를 짜볼 것을 추천한다. 전체를 조망한 후에는 지역의 범위를 나누어 소규모 지역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산을 중심으로 한 답사, 하천을 따라 걷는 답사,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에 적합한 장소를 찾는 답사를 추천한다.


이중환의 '택리지'에 도성을 쌓은 기준에 대해 서술된 부분이 있다. 조선 초 한양 정도(定都) 후 어디에 성곽을 쌓을까를 고민하고 있던 터에 어느 겨울날 눈이 녹은 쪽과 녹지 않은 쪽이 선명하게 나눠진 것을 보고 그것을 하늘의 계시로 보고 그 경계를 따라 성을 쌓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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